저도주(低度酒) 출시 경쟁으로 촉발된 소주업체들의 여성고객 확보전이 노골화되고 있다.

소주 도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알코올 도수 20도의 벽이 허물어진 데 이어 '참이슬' 브랜드의 진로는 소주 광고에서 금기시해왔던 '꽃미남'을 광고 전면에 처음 등장시켰다.

후발주자인 '처음처럼' 브랜드의 두산은 이에 맞서 대학가 공략,공모전 등 문화마케팅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진로,'꽃미남'으로 여성고객 유혹

진로는 지난 8월 소주 도수의 마지노선인 알코올 도수 20도의 벽을 깬 19.8도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엔 소주 광고에 꽃미남 모델을 내세웠다. 참이슬 후레쉬가 20~30대 젊은 여성의 소비가 늘어난 데 힘입어 출시 2개월 만에 판매량이 1억병을 넘어서자 1998년 참이슬 출시 이후 고집해오던 여성 톱 모델을 대신해 남성모델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 진로는 그동안 소주광고에 남성모델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

진로 관계자는 "소주의 주 소비층인 30~40대 남성을 겨냥했던 기존 소주 광고와는 달리 처음부터 여성을 타깃으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신인 공모를 통해 남성모델을 선발,첫 선을 보인 광고는 '19.8도만 기울이면 그녀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성적인 광고 카피를 앞세웠다. 진로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서 젊은 연령층과 여성의 소주 소비가 늘고 있는 트렌드를 모델 선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여성고객을 겨냥한 이벤트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참이슬 후레쉬 로고가 새겨진 휴대용 물티슈와 깜찍한 디자인의 휴대폰 액세서리를 나눠주고 있다. 또 퇴근 후 술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나오는 여성 소비자에게 아로마향을 뿌려주거나 구강 청결제를 제공하는 '향기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두산,문화마케팅으로 맞불

저도 소주 경쟁을 촉발한 두산은 한 때 장동건,유오성씨 등 남성 탤런트를 소주모델로 잠시 기용했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두산 관계자는 "장동건씨는 소주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고 강한 이미지의 유오성씨도 저도주 시장에선 효과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산은 최근 처음처럼의 광고모델로 여성 탤런트 이아영씨를 새로 기용한 데 이어 문화마케팅을 통해 여성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처음처럼을 출시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시장반응이 좋은 상황이어서 당장 모델을 남성으로 바꾸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대학가를 파고드는 전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처음처럼 대학생 마케팅 PR공모전'에는 당초 기대를 넘는 500팀 1200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끝났다. 두산은 한껏 달아오른 공모전 열기를 각 대학 동아리의 문화활동 지원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결혼 10년차들 가운데 결혼 초 부부간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는 '처럼처럼 부부'의 이야기를 공모하는 '처음처럼 수필전''처음처럼 시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