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료보험의 보장 범위 축소를 놓고 정부와 보험업계의 공방이 뜨겁다.

보험업계는 "민영의료보험이 환자의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 요인이 민영의료보험 계약자의 과잉진료라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민 소득수준의 증가,의료서비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가 재정 악화의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보험사들이 취약한 보장과 부실한 정보제공 등 민영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이윤 확보를 위해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민영의료보험이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부담금은 최소 2400억원,최대 1조700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개선안을 둘러싼 양측의 쟁점을 정리해본다.

<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가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려고 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를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손형 민영의료 보험으로 인해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이용 증가->건강보험 지출 증가->건보 재정악화->건보 재정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 투입증가->기타 다른 복지사업 시행여지 축소'라는 과정이 불보 듯 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업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본인부담금 보장 허용'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대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실손형 상품의 판매가 금지되면 6조4000억원의 본인부담금이 고스란히 의료 이용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데 대해서는 도리어 '현행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 설명은 이렇다.

현재 월 10만원 이상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민간보험 가입자는 대부분 감기 등의 경증 질환보다는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고액중증 질환에 대비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국립암센터가 2003년도 암환자의 치료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년차 암환자들은 평균 1000만원의 진료비를 쓰는데 이중 500만원은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나머지 500만원은 본인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내는 500만원은 다시 법정 본인부담금 170만원과 비급여 진료비 330만원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암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됐기 때문에 법정 본인부담금은 170만원에서 70만~8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즉 문제는 본인부담금이 아니라 비급여 비용이며 여기에 맞춰 보험상품이 잘 설계돼야 하는데 기존 실손형 상품은 실제 보장해 주는 것은 적으면서 보험료만 비싸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보험이 건보재정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내외 각종 실증 자료에서 일관되게 뒷받침되는 사실"이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연구센터의 자료를 인용,실손형 상품의 법정 본인부담금 보장을 허용할 경우 건보 부담금이 최소 2400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전체 보험료의 1.5∼10.6%) 늘어날 것으로 추계했다.

실제로 출산지원정책에 따라 6세 미만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법정본인부담금까지 모두 면제해주고 보니,이들의 내원일수는 52.2%,진료비는 15.6%가 증가했다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연구자료도 반박 근거로 내놓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도 민간의료보험상품의 보장범위에 따라 공공의료비가 적게는 14%,많게는 96%까지 늘었다는 연구자료도 덧붙이고 있다.

배병준 복지부 보험정책팀장은 "그동안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역할 설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 27회에 걸쳐 관련 부처와 전문가,보험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이런 의견 수렴과정에 들어와서 의견을 개진하면 되는데 업계가 장외에서만 변죽을 울리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보험업계>

보험업계는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가령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건강보험공단 부담액 60만원 △법정 본인부담액 30만원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 10만원 등 총 100만원의 진료비가 나올 경우 본인부담액과 비급여 부분까지 모두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해준다.

실제로 본인이 따로 지출하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이 금지될 경우 본인부담금 30만원을 직접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지난 2004년 기준으로 국민의 전체 의료비 가운데 순수 본인부담 의료비는 43%인 12조5000억원"이라며 "이 가운데 35%에 해당하는 4조4000억원을 민영보험사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의료보험의 보장영역을 축소하면 그만큼 국민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또 민영의료보험의 보장영역이 축소되면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이 저소득층에게 매우 중요하고 유일한 의료비 재원이어서 법정 본인부담금 제한은 저소득가계에 부담을 크게 하고 의료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2003년)에 따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 소득자의 1인당 법정 본인부담금은 13만3000원,200만~250만원 소득자는 10만2000원으로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소득이 없는 노령층의 의료비가 증가하는 반면 의료비 부담은 늘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 노령층 인구(65세 이상)는 전체인구의 8% 수준이지만 의료비는 전체의 25%를 웃돌고 있다.

이에 반해 신의료기술이나 상급 병실등 비급여 부분만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져 고소득층만 가입하게 돼 의료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험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또 민영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악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국민소득수준의 증가,의료서비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국민건강보험의 보장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손형 의료보험에서는 초과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더라도 소비자의 보험사기 유인은 적다.

반면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적은 것을 인지한 의료공급자(병원)의 과잉 공급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하게 하되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본인부담액을 설정해 과잉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료이용 실적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부과하는 제도인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해 의료 과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