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TV시장에서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삼성전자의 LCD TV '보르도'다.

'보르도'는 출시되자마자 세계 TV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 제품 하나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북미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9월 100만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 연말까지 총 250만대의 판매 대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될 정도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힐튼'이 모든 객실에 이 제품을 설치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명품 TV'로 대접받고 있다.

'보르도'가 명품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비결은 '감성 디자인'.모든 TV업체들이 기능 업그레이드에만 주력하던 2005년 4월 삼성전자는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TV를 만들자'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디자인 상품기획 마케팅 등 11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T)은 기존 TV와 개념을 달리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디자인 컨셉트가 좀처럼 잡히지 않던 어느날 개발팀은 와인 잔의 형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잔에 살짝 남아 있는 붉은 와인과 조명 아래 반짝이는 투명한 유리잔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TV에 담겠다는 것.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와인잔의 형상에 블루와 와인 컬러를 제품 하단에 넣은 '보르도'가 탄생했다.

와인잔을 본떠 만든 것 외에 '보르도'는 40인치 두께를 세계에서 가장 얇은 8.7cm로 디자인해 첨단의 이미지를 가미했다.

또 TV 밑면을 곡선으로 처리하고 제품의 테두리와 뒷면을 고광택의 하이그로시 소재로 코팅 처리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기능 면에서도 최고의 기술을 적용했다.

선명한 화질을 표현할 수 있는 '슈퍼-PVA' 패널을 사용했으며,화면 응답속도도 기존 제품에 비해 25%나 빠르게 설계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5000 대 1의 명암비와 5조4000억컬러를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결과 보르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전자는 '보르도' 인기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 매출 3억달러를 돌파했다.

2002년 삼성전자의 미국 연간 매출이 3억2000만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경이로운 기록이다.

아울러 지난 6,7월 2개월 연속으로 미국 TV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소니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보르도를 출시하기 전인 지난 3월 11.9%에 그쳤던 삼성 LCD TV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월 17.5%로 상승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LCD TV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가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