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재 엑소더스'에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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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이 최근 입사 3년차 이하 젊은 직원들이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집단 퇴사하는 등 '인재 엑소더스'에 휘말려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들의 줄사표에는 낮은 급여 수준과 함께 회사 비전에 대한 불만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져 회사측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0명 이상 사표
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입사한 300여명의 롯데쇼핑 대졸 새내기 직원 가운데 지난 3월과 4월에 40여명이 퇴사하는 등 올 상반기에만 50명 이상이 잇달아 회사를 떠났다.
이는 최근 3년 새 롯데쇼핑에서 뽑은 전체 직원의 17%,작년 한 해 입사한 직원(120명)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그룹 인사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 지난 2월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젊은 인재들을 붙들기 위해 내놓은 '당근책'에 대한 반발이 집단사표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롯데쇼핑 경영지원본부는 입사 2,3년차 직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정기석 경영지원본부장은 젊은 사원들의 불만거리인 '낮은 임금'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경쟁 백화점그룹은 물론 할인점만을 경영하는 삼성테스코보다도 낮은 급여에 대해 젊은 직원들의 좌절감이 커지자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한 것.
하지만 회사측은 전반적인 급여 인상이 아니라 새내기 사원들에 한해 월급을 2호봉 올려준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3년차 사원과 신입사원의 급여가 같아지고,2년차는 오히려 신입사원보다 봉급을 덜 받게 되는 '기현상'이 빚어진다.
젊은 사원들의 반발이 즉각 터져나오자 회사측은 "여러 검토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젊은 사원들의 집단 사표행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4월 입사한 지 1년도 안돼 롯데쇼핑을 나온 A씨는 "수십군데 면접을 본 뒤 합격한 회사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조직에 비전이 있으면 낮은 급여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데,회사가 직원들의 사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롯데,인재 이탈에 속수무책
최근 젊은 인재들의 집단 이탈에 대해 롯데그룹 인사담당자들은 '쉬쉬'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른 해에 비해 올 상반기에 퇴사자가 많았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유통업체의 이직률이 높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선 통상 입사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 직원들의 퇴사비율을 3~4%로 추산하고 있다.
한창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 있어 경쟁업체의 스카우트전에 휘말릴 우려가 없는 만큼 이 기간 중에는 이직률이 낮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GS리테일 등의 새내기 사원들의 퇴사율은 3%에도 못미치고 있다.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직원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려던 롯데그룹은 상장 이후 이어진 주가 하락과 직원들의 대거 이탈,잇따른 M&A 실패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 상장,우리홈쇼핑 인수 등 호재에 타이밍만 잘 맞추면 큰 돈 안들이고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뒤늦게 직원들 임금을 올리기엔 너무 자금부담이 커 이도 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