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38)는 지난 추석 연휴의 대부분을 경기 여주공장 생산라인에서 보냈다.

여주공장은 지난달 15일 시장에 선보인 신제품 '에이스Ⅱ' 시리즈 주문이 밀려 연휴기간에 추석 당일과 이튿날만 빼고는 하루 24시간 풀가동했다.

공장장도 아닌 최고경영자가 공장 가동 현장에 붙어 있던 이유는 안 대표만큼 생산라인에 대해 잘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테크 공법을 적용한 '에이스Ⅱ' 생산라인을 직접 설계했다.

안 대표는 "가동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신설 라인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현장 경영'과 '품질 경영'을 창업주인 부친 안유수 회장(76)으로부터 몸으로 익혔다.

안 회장의 장남인 안 대표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집 근처에 있는 침대공장에서 살다시피했다.

안 회장은 틈만 나면 어린 아들을 공장에 데리고 갔다.

안 대표는 고등학교 때도 일주일에 한두 번 공장에 들러 일을 거들었고 고려대 지질학과 재학 시절 방학 때는 으레 충북 음성공장에 내려가서 침대를 만들었다.

안 회장은 일선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안 반장'으로 불렸다.

작업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공장을 하루에 몇 번씩 돌면서 문제가 발생한 공정이나 개선할 품질 과제가 있으면 끈질기게 매달려 해결한 까닭이다.

안 사장도 서울 청담동집에서 본사가 있는 충북 음성공장으로 출근하자마자 점퍼로 갈아입고 생산라인과 설비들을 점검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을 경우 공장 내 식당에서 생산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자주 현장을 찾다보니 생산직원 200여명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알 정도다.

안 회장이 에이스침대과학의 선구자라면 안 대표는 이를 체계화한 주역이다.

첨단 무인자동화 설비 도입과 침대공학연구소 설립은 안 대표가 주도했다.

에이스침대과학의 한 획을 긋는 '튜브코일공법'과 '하이테크공법'도 침대박사인 이들 부자(父子)의 합작품이다.

튜브코일공법의 경우 안 회장이 1998년 미국 출장 당시 호텔에서 '이중 스프링'의 아이디어를 냈고 안 대표는 7년여간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상단 스프링에 특수소재를 감는 공법을 완성했다.

안 대표는 "아버지는 예전 해외 출장 때 머무는 호텔에 마음에 드는 매트리스가 있으면 샘플로 가져오곤 했다"며 "지금도 주무시는 시간을 빼놓고는 침대만 생각하는 분이어서 여전히 아이디어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