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브리핑을 통해 밝힌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의 대안은 환상형 순환출제를 규제하는 대신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재계는 공정위의 이 같은 입장은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 관계자 및 민간 전문가 11명이 참여한 대규모 기업집단시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재계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아 "TF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성 없는 대안

인하대 김진방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4월 자산총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30대 대기업집단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총 3조5200억원 규모의 계열사 보유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순자산가액 기준으로 각각 1조141억원 규모와 1조194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아야 한다.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거나 일부 대규모 기업집단에만 강제하더라도 기업들이 떠안는 부담은 엄청나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순환출자는 경과조항을 통해 지분을 서서히 해소하도록 하더라도 투자자금 자체가 지분 해소에 쓰이게 된다는 점에서 기업집단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며,규모가 작은 기업집단의 경우 순환출자 지분 해소를 위해 다른 데에서 돈을 꾸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히는 지주회사제 전환 요건 완화 역시 이미 의원입법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만큼 공정위 방침이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에 올라가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상장사 30%,비상장사 50%)을 각각 10%포인트 낮추는 게 골자다.

○태스크 포스 논의 왜 했나

태스크포스 논의과정에서 재계의 입장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TF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TF 진행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제한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와 관련된 논의는 마지막인 10차 회의에서 한 차례 이뤄진 반면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방안 △비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방안 △사후규제 방안 등 기존 정부의 입장에 대한 논의는 집중적으로 이뤄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실제로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기간을 10~20년의 장기간으로 해야 한다"는 재계 및 정치권 일각의 '타협안'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바른사회시민회의는 논평을 내고 "순환출자를 금지하느니 출총제를 그냥 두는 편이 낫다"며 "공정위는 대규모 기업집단시책 TF를 왜 만들었나"라고 반문했다.

○공정위 생각대로 될까

공정위는 재경부 산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11월 중 정부 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가 여전히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재경부 산자부 등도 "경기도 안 좋은 마당에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공정위 방침이 최종 입법화될지는 미지수다.

산자부의 경우 "출총제는 폐지하되 사전적 규제인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대신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며,재경부는 "출총제보다도 강도가 센 규제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정부 부처 간 격론을 거쳐 11월 중에 통합 정부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에 의해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또 한 차례 걸러져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