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이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 등을 저술했던 엘마이라가 인접해 있고,아직도 인디언식 이름 그대로 불리는 셔멍강을 끼고 있는 이 소도시에 들어서면 태극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합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태극기를 걸어두고 있는 것이다.
바람 부는 셔멍강 다리 위에도 155년 전통을 자랑하는 코닝의 역사가 나부끼고 있었다.
올 4월 비상임 회장으로 물러난 제임스 호튼을 대신해 코닝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웬델 윅스 사장은 기자를 무척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코닝의 한국법인인 한국코닝을 여러 차례 다녀가고 합작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 경영자들과 친분이 두터운,이른바 '지한파'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코닝 인재 경영의 상징적 인물이다.
1983년 입사 당시부터 그를 눈여겨 봤던 제임스는 입사 3년차인 윅스를 하버드대학교의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시켰다.
회사 복귀를 전제로 학비는 물론 월급까지 지원해가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 감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2001년 전 세계를 강타한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코닝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가 닥쳤을 때,공교롭게도 그는 문제의 광통신 부문 사장을 맡고 있었다.
당연히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닝을 살리기 위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제임스는 예상을 깨고 그를 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제임스는 "실패를 야기한 장본인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결자해지'를 주문해 윅스 사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을 나타냈다.
윅스 사장은 "코닝이 오랜 세월 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비 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최고경영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호튼가 경영자들의 솔선수범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코닝이 초우량 기업의 반열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닝의 155년 역사를 평가한다면.
"코닝의 역사는 호튼가 경영진과 비(非) 호튼가 경영진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제이미(제임스 호튼 회장의 애칭)가 2001년 복귀한 뒤에 보여준 희생과 결단은 코닝 전 임직원들에게 역경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준 대표적인 사례다."
-2001년 광통신 사업 실패로 엄청난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당시 국내외 10개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서 2만명 이상의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회생에 대한 직원들의 신념은 한결같았다.
경영진도 고통을 당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큰 마찰 없이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다."
-광통신 사업의 성장성은 끝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최근 FTTH(Fiber To The Home) 네트워크 활성화로 다시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우 고무적이다.
광대역 기술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통신산업의 미래와 코닝의 역할에 대해서 낙관한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비해서는 성장속도가 매우 완만하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폭발적 성장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
-코닝의 역사에서 최고 영광의 시기와 위기의 시기를 꼽는다면.
"영광과 위기는 항상 밀물과 썰물처럼 온다.
코닝은 지난 역사에서 급속한 성장기와 시장 성숙기에 따른 고단한 정체기 등 수많은 고비를 거쳤다.
가장 중요한 혁신 제품 두 개를 꼽으라면 TV 브라운관용 유리와 통신 네트워크용 광섬유다.
브라운관 유리는 1950∼1970년대 코닝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와 함께 우리의 생활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통신용 광섬유는 IT 전반에 큰 혁신을 가져온 제품이지만 사람들은 코닝과 관련해서는 실패를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광섬유 사업실패는 코닝역사의 일부분일 뿐 지금도 코닝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임스 호튼 회장과의 업무 분장은.
"올 4월 제이미는 비상임 회장직으로 물러났다.
따라서 주요 의사결정은 총괄 사장인 내가 관장하고 있는 코닝 경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주요 경영 이슈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이미와 상의하고 토론한다."
-코닝의 이름도 도시 이름에서 따온 것처럼 지역과의 유대가 남다른 것 같은데.
"코닝은 세대를 이어 코닝시에서 성장해온 기업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깊은 유대는 우리의 전통이자 경영진의 개별적 약속이기도 하다.
전 직원이 기부활동에 참여하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지난 2∼3년간 우리 직원들이 코닝시에 기부한 액수만 100만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런 사회공헌 문화를 미국뿐 아니라 코닝이 진출한 한국 대만 일본 등지로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