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 차원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기업 R&D센터 연구원이 털어놓은 말이다.

그의 말처럼 많은 관심을 받고 들어온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R&D센터가 현지화된 기술 개발이나 선진 기술 이전 등 당초 목적과 달리 시장 정보 수집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인텔 모토로라 휴렛팩커드(HP) AMD SAP 등을 비롯해 웬만한 외국계 IT기업들은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했고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도 R&D센터 설립을 선언한 상태다.

R&D센터라는 이름은 갖고 있지 않지만 야후코리아 역시 한국에서 100여명이 넘는 자체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이던 2003∼2005년에 정부의 집중적인 유치 노력 등으로 설립됐다.

이 중에는 모토로라처럼 주요 디자인 연구센터를 한국에 짓는 경우나 MS 인텔 야후처럼 계속해서 연구인력을 확충해 가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명목상의 R&D센터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외국계기업의 R&D 담당자는 "본사 인력이 유입되거나 고급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국내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칙상 국내에서 세계적·다국적기업의 R&D센터가 연구를 하게 되면 국내 실정에 맞는 기술개발이 같이 이뤄져 시행 착오 등으로 인한 시일이 걸리는 일 없이 바로 적용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 설립되는 R&D센터 상당수는 실제 역할보다 과장된 측면이 많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한다는 외국 업체들은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