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추가조치 유보, 대미압박..'관망' 예상

북한이 17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예상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안 채택을 '선전포고'라고 강력 반발하며 나왔다.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성명은 지난 9일 실시한 핵실험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안보리 결의의 공정성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문제 삼으면서 결의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또 "그 누구든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내들고 자주권과 생존권을 털끝만치라도 침해하려 든다면 가차없이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 것",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해당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추가조치를 예고한 것도 예상대로다.

다만 이날 북한의 성명에서 '침해하려 든다면'이라는 표현을 쓴 점이나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점 등은 눈에 띈다.

일종의 조건부 경고라는 해석이 많다.

즉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급박하게 2차 핵실험 등 대미 압박을 위한 추가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당분간 시간을 갖고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관망하면서 다음 수순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과 협상을 모색하고 한 박자 쉬겠다는 의도가 짙다"면서 "거듭 미국의 태도 여하게 달렸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다음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동향을 주시한다는 말이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급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면서 "1차 핵실험 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연이은 조치'를 언급한데 이어 또 조치를 취한다고 언급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 시작을 계기로 협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대북제재 수위의 완화를 노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일종의 액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방문에 앞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성명은 대화 여지보다는 압박에 대한 반발, 물리적 조치를 과시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강경 입장이 당장 바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제재 결의안에 따른 일정한 제재실행 방안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다음 수순을 이미 결정한 상태에서 명분쌓기용 성명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향후 조치에는 2차 핵실험 실시가 우선 손꼽힌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NNL(북방한계선) 침범 등 국지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내들고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털끝만치라도 침해하려 든다면 가차없이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결의안에 포함된 '해상검색'을 근거로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PSI가 확대돼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이번 결의안에 북한의 민감한 반응은 예상돼 왔다.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을 자처한 점도 눈길을 모은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든 안 하든 간에 '핵'을 고리로 대외협상에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핵실험이 자신들의 자주권과 생명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적극적 방어적 대응조치이며, "주권 국가의 자주적이며 합법적인 권리행사"라고 강조하면서 정당성 옹호 논리도 되풀이 했다.

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원칙을 변함없이 고수할 것임을 명백히 밝혔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제재 일변도의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고 명분을 쌓으며 향후 국면전환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