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대대적인 에너지 효율화 대책을 마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EU 집행위원회가 역내 에너지 소비 효율을 연평균 1000억유로가량 높이기 위한 야심찬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화 방안의 핵심은 2020년까지 역내 에너지 소비 효율을 20% 높이는 것.이를 위해 내년부터 보일러와 컴퓨터,세탁기, 사무실 조명 및 에어컨 등 14개 '우선 부문'에 대해 에너지 절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방안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전력을 낭비하는 TV의 전원대기 설정이나 컴퓨터 및 순간 온수기 등의 에너지 효율 등이 모두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된다.

또 내년부터 신축 혹은 개축되는 빌딩에도 에너지 효율화 의무가 적용되며 필요할 경우 2012년까지 자동차 공해 배출 허용치를 낮추는 내용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집행위의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집행위는 핀란드에서 EU 정상회담이 열리는 전날인 19일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자세히 공개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에너지 효율화 방안이 궁극적으로 자동차와 가전 등 핵심 에너지 소비산업에서 국제 표준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를 위해 집행위는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역내에 수출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이를 준수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 경우 EU의 환경 기준 적용에 이미 불만을 가져온 미국이 특히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덧붙였다.

유럽 재계는 집행위 방안에 즉각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유럽 백색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도 지난 10여년간 자발적으로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이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왔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집행위가 마련한 강경한 방안이 확정되면 그야말로 '죄수 구속복'을 입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