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8년11개월 만에 100엔당 700원대로 하락함에 따라 추가 환율 하락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의 성장우선 정책에 따라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미국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인해 국제 투자자금이 일본을 빠져나가면서 엔화 환율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대규모 무역흑자로 엔화 환율이 높게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내에서는 시장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의 견해가 상당히 다르다.

수요와 공급을 중시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원·엔 환율은 그동안의 추이를 봤을 때 800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통화들이 달러에 대해 모두 약세를 보이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달러공급 물량이 많아 유독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강세 기조가 언제 꺾이느냐가 원·엔 환율의 관건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도 "당분간 원·엔 환율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이 달러 매물을 계속 내놓아 북핵 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요인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외환시장의 수급이 깨졌고 정부의 개입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원·엔 환율이 780원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국내 연구기관 등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여건,세계경제 흐름을 감안할 때 최근의 원·엔 환율 하락은 지나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엔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원화 환율 하락)를 띠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외불균형과 같은 큰 흐름이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본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증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엔화가치가 과도하게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