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달러화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달러화의 약세에 대비,유로화 보유 비중을 늘려가는 등 유로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 역할을 잠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3일자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보유 외환 가운데 달러 비중은 약 66%에 달한다.

이는 2001년보다 4%포인트 정도 낮아진 수치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제전문가 가브리엘 갈라티와 필립 울드라지는 "유로의 유동성과 시장의 범위가 달러 시장의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각국의 중앙은행이 결제와 저축 등으로 이용하는 국제통화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로화가 성장하면서 지금까지 달러화의 우위를 유지시켜 줬던 강점들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유로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달러 역할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외환 보유액이 1조달러에 육박,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책 당국자들은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현재 전체 외환의 20% 정도에 달하는 유로의 비중을 점차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산유국들도 외환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을 낮추고 대신 유로화 비중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보고서는 이어 영국 파운드의 부상도 주목된다면서 지난해 12월 파운드가 엔을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은 3위 보유 외환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보유한 파운드는 전체 보유 외환의 4%로 1150억파운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 노르웨이 폴란드 오만 및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특히 파운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BIS 보고서는 그러나 "달러 비중이 유로에 비해 워낙 크기 때문에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위상이 아직은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기축통화란 = 국가 간 무역거래 및 금융거래의 결제,그리고 준비자산으로 널리 이용되는 통화를 말하며,국제통화라고도 한다.

기축통화의 요건으로는 통화가치의 안정성,국제거래 통화로서의 수요공급 원활,교환성,이체성 등 국제무역과 국제금융에 대한 매개통화적 기능이 꼽힌다.

또 통화발행국의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시장으로서의 기능과 조직을 겸비할 것 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