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으로 꼽히는 영화감독들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졸립지 않아야 할 것."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13일 해운대 PIFF 파빌리온 컨퍼런스룸에서는 이번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은 감독ㆍ영화배우들의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헝가리 출신 이스트반 사보 감독의 '좋은 영화'관은 단순명쾌한 나머지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그는 이번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새로운 물결(뉴커런츠)'의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가장 먼저 '심사기준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사보 감독은 "정해진 기준 같은 것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준이라면 무엇보다 흥미로워야 하고 서프라이즈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졸립지 않을 것'이 좋은 영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 온 아볼파즐 잘릴리 감독은 심사위원 위촉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는 여러분과 같은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기자는 현장에서 쓴 기사를 곧바로 독자에게 전달하지만 영화감독의 노고는 한참 후에나 나오기 때문에 기자가 더 좋아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함께 심사위원을 맡은 영화배우 문소리씨를 '캐스팅할 생각이 있느냐'는 돌발 질문을 받고는 "대스타인 문소리씨에게 오히려 내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익살을 떨었다.

홍콩의 프로듀서인 다니엘 유는 "존경하는 거장 감독들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저도 이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 부산에서 상영하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 영화제는 20일까지 이어진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