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경악하며 북한의 행태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전쟁 가능성에 동요하기보다는 비교적 차분하게 추이를 관망하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바른사회시민연합과 자유총연맹 등 보수적인 시민단체는 "지극히 위험한 도발"이라며 9일 저녁 광화문에서 격렬한 반북시위를 벌였으나 진보적 시민단체는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O…북한의 핵 징후가 없다는 정부발표를 믿었던 시민들의 허탈감은 더욱 심했다.

회사원 김모씨(43)는 "북한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우리 정부한테 속았다는 게 더 분하다"며 "도대체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은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O…택시 운전사 김모씨(43)는"북한이 대북지원금마저 마다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처사"라며 "경제가 좀 좋아지는가 했더니 북핵 때문에 다시 먹구름이 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천모씨(40)는 "정부가 너무 대북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다"며 정부를 탓했고,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생 윤모씨(26)도 "정부가 주도권을 잃은 채 우왕좌왕했던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모씨(30)는 "미국 일본 등의 대북제재 강도가 얼마나 셀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예비군 훈련도 안 끝났는데 전쟁이라도 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O…시민들은 북한의 전술이 결국 북미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이번 실험시도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은행원 오모씨(51)는 "주식이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지만 북한 핵실험 소식에도 은행 창구가 붐비거나 큰 동요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고 회사원 최모씨(25.여)도 "오후에 뉴스를 접했지만 워낙 내성이 생겼는지 심각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4학년 이모씨(24)는 "서해교전 당시에도 전쟁까지는 안갔다"며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쇼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O…대책을 놓고 시민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성균관대 대학원생인 김모씨(29)는 "그동안 북한체제에 대한 미국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햇볕정책 등 DJ정권 때부터 이어져 온 대북정책도 재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모씨(31)는 "북한이야 원래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중국과 일본이 이 기회를 틈타 강경대응이라도 하면 정말 큰 일"이라며 주변국가들을 경계했다.

O…시민들은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라면 생수 등 사재기를 했던 1992년과 달리 대부분 일상생활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는 시민들이나 입국한 시민들도 북의 핵실험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스케줄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답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