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행사 준비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12~20일)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예매 개시 일주일 만에 총 상영작 245편의 절반이 넘는 141편의 작품이 완전, 또는 부분 매진 되는 등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는 올해 영화제는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원년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작년 10회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며 지난 10년을 되돌아본 부산영화제는 올해부터 새로운 10년을 향해 전진하게 된다.

지난 10년이 아시아 영화를 널리 알리며 영화제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그에 성공한 지금은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가능성 있는 작품과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데 무게 중심이 쏠린다.

영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이 부산영화제가 창설되고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올해가 그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서 지난해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를 창설하고, 이어 올해에는 아시안필름마켓(AFM)과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를 창설함으로써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감독들을 교육시키고 산업적인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영화를 키우고 알리는 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 그런 차원에서 인재 육성은 부산영화제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다.

김 위원장은 "AFA는 동서대학교와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함께 추진하는 영화 지망생 교육과정으로 지난해 출범, 27명을 배출했다"면서 "올해는 24명을 엄선했으며 3주간 부산에서 6명의 세계적인 감독, 촬영감독들에게서 교육을 받고 영화 2편을 함께 만든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의 위상은 세계적인 영화지 버라이어티가 올해부터 부산영화제에서 데일리 페이퍼를 발간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버라이어티가 데일리를 발간하는 영화제는 칸과 베를린, 토론토 등 3개 영화제뿐이며, 아시아 영화제 중에서는 부산이 처음이다.

그런 버라이어티가 부산영화제에서 데일리 페이퍼를 발행하는 것은 올해 AFM이 창설되면서 부산영화제가 명실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국에 갈 때마다 부산에 초청해달라는 요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한결같이 부산영화제를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손꼽는 데 이의가 없지요.

버라이어티가 데일리를 발간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올해 처음 출범하는 AFM에는 100개가 넘는 세일즈회사들이 부스를 개설하며 300여 명의 바이어를 비롯, 460여 개 회사 1천여 명의 참가자가 등록을 마쳤지요.

개최 기간에 약 1천500~2천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11회 부산영화제는 올해 창설되는 로마 국제영화제와 행사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준비과정에서 한때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작품 섭외나 게스트 초대 등에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 다행히 두 영화제가 사이좋게 조율, 공동으로 관심을 보인 두 편의 영화를 같은 시간에 프리미어하기로 하는 등 충돌은 피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세계적으로 영화제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언제든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

또한 이는 부산 외에도 부천, 전주, 광주 등 국내 국제영화제들의 위상과 경쟁력에 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한다.

"영화제가 제 기능을 다한다면 그 수효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나름대로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영상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것은 영화제마다 각기 다른 '색깔', 즉 정체성을 가져야만 영화제가 영속할 수 있고 성공한 영화제로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각 영화제들은 그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
한국은 물론,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위치에 올라선 부산영화제가 새로운 10년을 향한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잘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