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선언 이튿날인 4일 금융시장에서의 파장은 '국지적'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2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다소 올라 원화가 약세를 보이긴 했으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금리 등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시장이 당장은 부분적인 타격만 입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주가와 원화가치 폭락,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치명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날 주가가 미국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국제유가 급락이라는 해외 호재에도 불구하고 급락한 것은 북핵 문제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조라는 분석이다.

◆해외 호재 불구 주가 급락

북한의 핵실험 선언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주가였다.

이날 8포인트 정도 떨어진 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이 커지면서 전거래일보다 22.22포인트(1.62%) 급락한 1352.00에 마감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호재가 있었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북핵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깊은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선언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대우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북핵 문제가 주가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순 있지만 실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원·달러 환율,외평채 가산금리 등도 다소의 영향은 받았으나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없었다.

북핵에 대해선 어느 정도 금융시장이 내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도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현재 시점에서 북한의 핵실험 선언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피치사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엔 이미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실험 땐 '핵폭풍'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에 대해 미국이 더욱 강경한 제재로 맞서고,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국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해 주가와 원화 가치는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신용등급의 하락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핵실험 선언'에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핵실험 강행'에도 의연할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나빠지면 내리막 길로 들어선 국내 경기의 하강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반도 긴장고조는 국내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최근 일본의 엔화 가치의 하락과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으로 한국 경제에 암초들이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 핵실험은 설상가상의 악재임에 틀림없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과연 미국이 북한의 어떤 행동까지 참을 것이냐는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대응 수위가 올라가면 금융시장의 충격은 물론 연말과 내년까지의 경기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