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올 추석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노 대통령은 4일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의 정을 나누는 따뜻한 한가위가 되길 바라며 취직 교육 집값 노후걱정도 덜하고 살림살이도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뜻도 전했다.

하지만 정작 노 대통령은 올해 아들과 딸을 비롯해 며느리와 사위,손자들까지 모두 미국에 있어 그 어느 해보다 적적한 추석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장 연휴가 끝나자마자 9일 서울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13일에는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연쇄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어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이'터진 북한 외무성의 핵실험 강행 발표도 노 대통령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나온 이번 북한의 성명으로 시종일관 대북 포용정책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노 대통령은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 일자를 앞당길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자칫 연휴기간중 핵실험 강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추석 이후 노 대통령의 거취에 따른 여당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뉴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조용히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며 "정상회담 준비와 함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