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되자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서슬 퍼렇게 휘둘렀던 관치의 칼날을 연상해서다.

김 부위원장 내정자는 현직 금융 관료 가운데 '관치(官治)'의 마지막 주자로 평가되는 인물.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 은행 등이 투신권이 보유한 카드채를 매입토록 하는 '4·3 카드 대책'에 대해 관치 논란이 일자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이었던 김 내정자는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관치 냄새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최대 강점인 강력한 추진력이 관치와 결합해 힘을 발휘하면 자칫 시장에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다 동년배보다 늦게 관가에 입성(행시 23회)한 김 내정자는 금융 부동산 등에서 주요 사안이 터질 때마다 실무 대책반장을 맡아 왔다.

금융실명제 대책반장(1993년) 금융개혁법안 대책반장·부동산 실명제 총괄반장(1995년) 한보 대책반장·금융개혁법안 대책반장(1997년) 대우사태 금융시장 대책반장(1999년) 카드사태 대책반장(2003년)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 수립 과정에 정부측 실무 대책반장으로 참여했다.

그가 찼던 반장 완장만 12개에 달해 아예 '대책 반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만큼 강력한 추진력으로 상사들로부터는 믿음직한 해결사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 현안을 해결하는 실무 반장 역할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자연히 관치가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금융 정책이 시장 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도저식 밀어붙이기형 관치 스타일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금감위 관계자는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라며 "안정적 개혁을 중시한 양천식 전 부위원장과는 업무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금융계뿐만 아니라 금감위와 금감원 임직원들조차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김 내정자가 평소 '금융 시장에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혀 온 윤증현 금감위원장과 호흡을 맞춤으로써 앞으로 강력한 금융감독 정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높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외환위기 당시 재경부 외화자금 과장 시절 재경부 금융정책실장을 맡았던 윤 위원장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금융계는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 상장 기준 마련,자본시장통합법 제정,보험업법 개정,손해보험(자동차보험) 경영 개선,주택담보대출 출혈경쟁 억제 등 각종 금융감독 현안의 처리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경부와 함께 금융 정책을 펴 나가는 데 있어 금감위의 파워가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에서 윤 위원장의 영향력이 아직 막강한 데다 김 내정자 역시 '8·31 부동산 대책'의 실무 책임자로 참여하는 등 참여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