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관심에서 버려졌던 땅' 중앙아시아에 햇볕이 들고 있다.

70년간의 구 소련 통치를 벗어나면서 본격화된 자원개발에 힘입어 제2의 중동으로 변하고 있는 것.터키어로 '땅'을 뜻하는 '스탄' 돌림의 이들 나라는 지금 신천지가 됐다.

팠다 하면 석유와 천연가스가 펑펑 쏟아져 나온다.

경제성장률은 5년째 10% 선.2000년 전의 실크로드가 21세기의 노다지로 부활한 셈이다.

'제2의 사우디'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하루 118만배럴을 생산,석유 수출로만 연간 10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오일시장의 혜성.육상의 석유가 완전히 거덜난 것으로 알았던 아제르바이잔도 앞바다인 카스피해에서 대형 유전이 터지면서 한순간에 나라 운명이 바뀌었다.

경제성장률 42%를 기록한 해도 있다.

왕년의 맹주 우즈베키스탄,장관도 수입한다는 뉴 오일로드의 요충지 그루지야 역시 세계의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스피해 에너지 전쟁'(이장규 외 지음,올림)은 이곳의 연안 6개국과 빅 브라더인 터키,그리고 두바이까지를 발로 훑은 경제 기행문이자 열강들의 자원확보 전황보고서다.

두 명의 경제전문 기자가 사방팔방으로 뚫린 송유관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가간의 이해관계를 추적한다.

'기름 먹는 하마'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략,뒤늦게 정신 차린 러시아의 대응카드,와신상담 중인 인도 등 파이프라인 건설을 둘러싼 '뉴 그레이트 게임'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던 미국의 경우를 보자.

'2001년 워싱턴은 이 지역을 베네수엘라 이라크와 함께 자원에 대한 권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곳으로 못박아 놓았다.

북한처럼 부자(父子)가 정권을 세습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기는커녕,대통령을 백악관에 모시고 최고의 국빈 대우까지 한다.

러시아 문화에 오래 길들여진 카자흐스탄 같은 나라들을 친미로 싹 돌아서게 만들 정도로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서구 열강이 장악한 중동과 달리 아직 이렇다 할 맹주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의 힘이 여전하다 해도 과거처럼 혼자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말은 바로 우리 기업이 진출을 확대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한국 경제가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충고와 동의어이다.

368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