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바로보기] '보이지 않는 손' 묶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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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은 인간의 천성이 이타적이라는 행복한 가정에서 출발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우울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반면 경제학은 인간의 천성이 이기적이라는 우울한 가정에서 출발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행복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 말은 모르긴 몰라도 타 학문에 대한 경제학의 우월성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특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어 흥미롭다.
경제학의 특성이란 무엇보다도 시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에 있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시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다.
정부가 개입했다가 아무 성과도 없이 예산만 낭비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정부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로 외국환평형채권을 발행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결국 2004년 말 환율은 대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연히 환율 충격만 키웠으며 그 과정에서 매년 수천억원 내지 수조원의 적자를 발생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최근 어느 일간지에 의하면 전남 장흥대학이 7년 만에 문패를 내렸다고 한다. 1999년 이래 전남도청이 투입한 179억원의 혈세에도 불구하고 신입생이 부족해 심지어는 '학생보다 교수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논리로 도립대학 설립을 추진하였던 결과다.
굳이 예산을 낭비하지 않더라도 민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정부가 나서 하다가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도 흔하며,이 경우 사실상의 손실은 드러난 예산낭비액보다도 훨씬 크다. 시장의 발전과 함께 국민에게 건강한 혜택이 돌아올 것을 정부가 미리 나서서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도 중소기업 등을 위한 정책금융이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어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한편 일부 없어져야 할 기업들을 연명시켜주고 있는 점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또 교육.주택.보육.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정부가 민간의 역할을 대체함에 따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해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후생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각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시장에 개입하기에 앞서 정부는 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더 큰 문제를 낳지는 않을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나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끊임없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이익단체를 통해 시위를 벌이며,정치인을 통해 압력을 넣기 때문이다. 결국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주기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자유도는 2004년 기준으로 130개 나라 가운데 35위에 머물러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현명한 정치가나 능력 있는 관료들이란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이 조화로운 균형을 빚어내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며,그렇지 못한 정치가나 관료들이란 무분별한 시장개입의 요구에 편승해 시장의 자생적 발전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정부가 너무 자주 보이지 않는 손을 묶어버리는 것이 가슴 아프다.
고영선 < KDI선임연구위원 >
반면 경제학은 인간의 천성이 이기적이라는 우울한 가정에서 출발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행복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 말은 모르긴 몰라도 타 학문에 대한 경제학의 우월성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특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어 흥미롭다.
경제학의 특성이란 무엇보다도 시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에 있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시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다.
정부가 개입했다가 아무 성과도 없이 예산만 낭비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정부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로 외국환평형채권을 발행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결국 2004년 말 환율은 대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연히 환율 충격만 키웠으며 그 과정에서 매년 수천억원 내지 수조원의 적자를 발생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최근 어느 일간지에 의하면 전남 장흥대학이 7년 만에 문패를 내렸다고 한다. 1999년 이래 전남도청이 투입한 179억원의 혈세에도 불구하고 신입생이 부족해 심지어는 '학생보다 교수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논리로 도립대학 설립을 추진하였던 결과다.
굳이 예산을 낭비하지 않더라도 민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정부가 나서 하다가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도 흔하며,이 경우 사실상의 손실은 드러난 예산낭비액보다도 훨씬 크다. 시장의 발전과 함께 국민에게 건강한 혜택이 돌아올 것을 정부가 미리 나서서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도 중소기업 등을 위한 정책금융이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어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한편 일부 없어져야 할 기업들을 연명시켜주고 있는 점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또 교육.주택.보육.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정부가 민간의 역할을 대체함에 따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해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후생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각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시장에 개입하기에 앞서 정부는 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더 큰 문제를 낳지는 않을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나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끊임없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이익단체를 통해 시위를 벌이며,정치인을 통해 압력을 넣기 때문이다. 결국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주기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자유도는 2004년 기준으로 130개 나라 가운데 35위에 머물러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현명한 정치가나 능력 있는 관료들이란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이 조화로운 균형을 빚어내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며,그렇지 못한 정치가나 관료들이란 무분별한 시장개입의 요구에 편승해 시장의 자생적 발전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정부가 너무 자주 보이지 않는 손을 묶어버리는 것이 가슴 아프다.
고영선 < KDI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