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례로 본 수도권 규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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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의 경기도 이천공장 신·증설 허가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약 14조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60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규제 탓에 좌초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요청에 대해 현재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이유로 20년 넘게 유지해온 규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을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하이닉스,왜 이천공장 증설 요구하나
하이닉스가 이번에 정부에 요청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2010년까지 300mm웨이퍼 라인 3개를 짓기 위해 현재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있는 이천공장 부지 내 1만7000평과 이천 인근 5만7000평의 추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런 배경에는 "갈수록 심화하는 반도체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하이닉스의 절박한 사정이 깔려있다.
200mm웨이퍼 공정에 비해 생산성이 2.5배 높은 300mm웨이퍼 라인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하이닉스의 생각이다.
특히 하이닉스는 기존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따져볼 때 충북 청주보다는 이천공장 증설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이천에는 하이닉스의 유일한 300mm웨이퍼 라인(M10)과 300mm웨이퍼 연구라인이 들어서 있다.
반면 청주에는 200mm웨이퍼를 이용한 낸드플래시 라인이 주력이다.
이천공장에는 여유 부지(약 1만7000평)가 있지만 청주공장에는 여유 부지가 전혀 없다는 점도 하이닉스가 이천을 고집하는 이유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천이 아닌 청주에 라인을 증설할 경우 부지 구입 및 물류비 손실,연구개발 인프라 부족 등을 따질 경우 약 5000억원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는 청주공장을 증설하라고 하지만 당장 내년 이후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주에 새로 부지와 공업용수,물류시스템 등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3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정부,"수도권 규제 틀이 흔들린다"
정부는 그러나 "이천공장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 신·증설이 불가능한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해 있다"는 논리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1984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전 지역을 성장관리권역,과밀억제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규제하고 있다.
특히 다른 두 권역과 달리 자연보전권역에는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공장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하이닉스에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할 경우 수도권 정비계획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천공장이 '상수도보호권역'에 속해있다는 점도 정부가 증설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이천 일대는 수질환경보전법에 지정된 '상수도 보호구역 2권역'으로 구리 납 수은 비소 등 19종의 중금속을 사용하는 시설 설립이 전면 금지돼 있다.
문제는 하이닉스가 내년 이후 도입할 예정인 50나노(nano)급 첨단 공정에 구리가 쓰인다는 것.보통 반도체 업계에서 70나노 이상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는 알루미늄을 사용해도 되지만 5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해서는 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내년 이후 건설할 300mm웨이퍼 신규 라인에 구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의 구리 허용치는 1ppm인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0.05ppm까지 줄일 수 있다"며 "충분한 사전대비만 한다면 환경오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증설투자도 안 된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이더라도 지금까지의 수도권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데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만 봐도 그렇다.
이번 이천공장 증설은 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추진하는 신규 투자계획이다.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이천공장을 세운 것은 1983년 2월.당시만 해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아닌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라 이천 일대 23만평의 공장 설립이 허용됐다.
그러나 198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발효된 이후 하이닉스는 이천공장에 딱 한번 증설 허가를 받아냈다.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없는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1989년 수질환경보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추가 부지 확보는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이천에 M7라인을 증설한 것이 지난 10년 동안 하이닉스가 할 수 있었던 신규 증설투자의 전부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수도권 균형발전과 자연보전권역 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10년간 기업투자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를 여전히 고수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약 14조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60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규제 탓에 좌초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요청에 대해 현재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이유로 20년 넘게 유지해온 규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을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하이닉스,왜 이천공장 증설 요구하나
하이닉스가 이번에 정부에 요청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2010년까지 300mm웨이퍼 라인 3개를 짓기 위해 현재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있는 이천공장 부지 내 1만7000평과 이천 인근 5만7000평의 추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런 배경에는 "갈수록 심화하는 반도체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하이닉스의 절박한 사정이 깔려있다.
200mm웨이퍼 공정에 비해 생산성이 2.5배 높은 300mm웨이퍼 라인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하이닉스의 생각이다.
특히 하이닉스는 기존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따져볼 때 충북 청주보다는 이천공장 증설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이천에는 하이닉스의 유일한 300mm웨이퍼 라인(M10)과 300mm웨이퍼 연구라인이 들어서 있다.
반면 청주에는 200mm웨이퍼를 이용한 낸드플래시 라인이 주력이다.
이천공장에는 여유 부지(약 1만7000평)가 있지만 청주공장에는 여유 부지가 전혀 없다는 점도 하이닉스가 이천을 고집하는 이유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천이 아닌 청주에 라인을 증설할 경우 부지 구입 및 물류비 손실,연구개발 인프라 부족 등을 따질 경우 약 5000억원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는 청주공장을 증설하라고 하지만 당장 내년 이후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주에 새로 부지와 공업용수,물류시스템 등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3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정부,"수도권 규제 틀이 흔들린다"
정부는 그러나 "이천공장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 신·증설이 불가능한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해 있다"는 논리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1984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전 지역을 성장관리권역,과밀억제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규제하고 있다.
특히 다른 두 권역과 달리 자연보전권역에는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공장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하이닉스에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할 경우 수도권 정비계획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천공장이 '상수도보호권역'에 속해있다는 점도 정부가 증설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이천 일대는 수질환경보전법에 지정된 '상수도 보호구역 2권역'으로 구리 납 수은 비소 등 19종의 중금속을 사용하는 시설 설립이 전면 금지돼 있다.
문제는 하이닉스가 내년 이후 도입할 예정인 50나노(nano)급 첨단 공정에 구리가 쓰인다는 것.보통 반도체 업계에서 70나노 이상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는 알루미늄을 사용해도 되지만 5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해서는 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내년 이후 건설할 300mm웨이퍼 신규 라인에 구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의 구리 허용치는 1ppm인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0.05ppm까지 줄일 수 있다"며 "충분한 사전대비만 한다면 환경오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증설투자도 안 된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이더라도 지금까지의 수도권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데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만 봐도 그렇다.
이번 이천공장 증설은 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추진하는 신규 투자계획이다.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이천공장을 세운 것은 1983년 2월.당시만 해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아닌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라 이천 일대 23만평의 공장 설립이 허용됐다.
그러나 198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발효된 이후 하이닉스는 이천공장에 딱 한번 증설 허가를 받아냈다.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없는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1989년 수질환경보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추가 부지 확보는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이천에 M7라인을 증설한 것이 지난 10년 동안 하이닉스가 할 수 있었던 신규 증설투자의 전부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수도권 균형발전과 자연보전권역 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10년간 기업투자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를 여전히 고수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