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연 4.50%로 인상했던 8월10일 열렸던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이 이례적으로 표대결까지 가는 진통끝에 금리인상안을 통과시켰다.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찬성4, 반대3으로 콜금리 인상안이 가결된 상황은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금통위는 대체로 7명의 위원이 만장일치로 콜금리 조정안을 통과시켜왔으며 1-2명의 위원이 반대입장을 나타낸 경우가 간혹 있었으나 4대3의 박빙의 표대결을 벌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2001년 7월 금통위때 당시 전철환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98년 금통위가 상설기구가 된 이후 2번째로 의장이 캐스팅보트를 던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8월 회의 때는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위원들간의 시각이 팽팽하게 엇갈렸음을 보여준다.

콜금리 조정과 같은 주요 안건을 다루는 금통위 때 회의를 주재하는 한은 총재가 콜금리 조정에 관해 찬반 의견을 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위원들간의 토론끝에 각자 입장을 표명하는 순서가 되면 의장을 제외한 6명의 위원들이 콜금리 조정에 각자 찬반 의견을 표시하고 맨 마지막으로 필요할 경우에 한해 의장이 입장을 밝힌다.

대부분의 경우 5번째 또는 6번째 위원의 입장 표명이 이뤄지면 과반수로 콜금리 조정 방향이 결정됐기 때문에 7번째 순서인 의장이 별도로 의견을 표시하는 절차가 생략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6번째 위원의 입장표명 후 찬성3, 반대3으로 평행선을 달리자 의장이 찬반의견을 표시, 콜금리 인상에 표를 던지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전 조율의 실패'라는 비판을 가할 수도 있으나 한은은 "외국의 중앙은행에서는 투표를 통해 중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회의에서는 금통위원들이 소신에 따라 각자 표결에 임해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금통위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한은 통화정책 결정의 독립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가능한한 금리를 낮추고자 하고, 중앙은행은 가능한한 금리를 올리고자 한다.

경기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서 재정경제부로서는 콜금리 인상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한은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금리인상을 관철시킨 것이다.

이번 회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앞으로 정부의 외압이 금통위의 의사결정 과정에 먹혀들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통위의 인적구성 자체가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되기 어려운 판세다.

한은 총재.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속하고 여기에 한은 부총재 출신인 심훈 위원이 은행연합회장 추천으로 올해 4월 금통위에 입성했다.

여기에 이덕훈 위원이 한은 총재 추천 케이스이다.

나머지 3명의 위원은 강문수 위원(재정부 장관 추천), 이성남 위원(금융감독위원장 추천), 박봉흠 위원(대한상의 회장 추천) 등이다.

한은의 독주나 정부의 외압관철 자체가 힘든 `황금분할의 균형'을 이루는 인적 구성이 갖춰졌으며 이러한 균형이 8월 금통위의 결론 도출과정에서 그대로 확인됐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그러나 재경부가 이번을 계기로 물밑으로 금통위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시장에서는 8월 금통위에서 나온 각 위원들간의 시각차를 근거로 향후 금통위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8월 회의 때 그만큼 진통이 컸는데 앞으로 한은이 추가로 콜금리 인상을 시도할 경우 금통위 통과는 더욱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박용주 기자 fusionjc@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