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편안하게 돈을 빌려 쓰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해외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웃도는 상황이 9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했다.

지난 2분기 중 미국이 부담한 해외 채무에 대한 이자는 미국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보다 25억달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이는 미 가구당 22달러에 해당하는 돈이다.

작년 같은 기간엔 가구당 31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미 가구는 채무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허리띠를 그만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투자수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상당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부가 채무 상환을 위해 해외로 흘러나가야 하고 결국 달러 가치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이 그동안 설마했을지 모르지만 경제학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채무상환 부담 순증은 달러화에 대한 또 다른 부담"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현재 미국의 대외부채는 총 13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해외자산(11조1000억달러)을 뺀 순부채는 2조5000억달러다.

순부채에 대한 평균 금리는 지난 2분기 기준 연 0.4%로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의 해외 투자에 대한 수익이 10%를 웃돌 정도로 높은 반면 연 5% 미만으로 국채를 발행해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덕분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