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가 운전하고 집안일을 해 주는 시대는 향후 10년 내 불가능할 겁니다.

기술로서 가능성은 증명됐지만 비용 때문에 생활용으로 개발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로봇 전문회사인 아이로봇(iRobot)의 콜린 M 앵글 사장(39·사진)은 "생활 속 로봇은 우리가 공상영화에서 봤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미국 보스턴 외곽 벌링턴의 아이로봇 본사에서 만난 앵글 사장은 "최근 일본의 소니와 혼다 등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지만 이는 기술력의 과시일뿐"이라며 "불과 몇 발자국 걷기 위해 엄청난 용량의 배터리를 등에 업은 지금과 같은 휴머노이드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

앵글 사장은 로봇의 대중화를 위한 절대요소는 기술이 아니라 '코스트'(비용)라고 강조했다.

"현재 로봇기술은 비용면에서 사실상 한계에 와 있어 당분간 지금보다 비용을 더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는 한국도 무리하게 휴머노이드에 매달리기보다는 생활 속에 응용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축적하는 게 훨씬 현명한 전략이 될 겁니다."

군사·산업용 로봇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다진 아이로봇이 2000년부터 로봇청소기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앵글 사장은 "아이로봇은 청소기를 전혀 몰랐지만 로봇청소기의 핵심기술은 청소가 아니라 로봇이라는 판단에 따라 전자업체와 손잡고 과감히 뛰어들었다"며 "그 결과 가전업체들이 1000달러에 만드는 로봇청소기를 아이로봇은 200∼300달러 수준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3년 로봇청소기 '룸바'를 출시한 이 회사는 2004년 세계 최초로 100만대 판매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200만대 누적판매로 4년째 세계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가 잇따라 로봇청소기 시장에 진출한 데 대해 앵글 사장은 파트너로서 반긴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로봇청소기 시장은 아직 초기여서 개척할 분야가 무궁하다"며 "한국의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과 LG의 참여는 경쟁 확대보다 시장의 파이를 넓히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앵글 사장의 느긋한 반응과 달리 아이로봇 본사 실험실 곳곳에서 삼성전자의 '하우젠' 로봇청소기를 두고 시험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에서는 후발 주자에 대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앵글 사장은 군사용 로봇시장도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500여대의 팩봇이 이라크 등에서 활약하고 9·11테러 현장에도 투입됐지만 용도가 제한적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 국방부가 로봇의 군사적 활용을 강화할 계획이라 관련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아이로봇의 군사·산업용 로봇 매출은 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벌링턴(미 보스턴)=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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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로봇은 1990년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인공지능연구소(CSAIL) 출신 3명의 과학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미국 최초의 로봇 전문회사다.

현재 MIT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이자 당시 앵글 사장의 지도교수였던 로드니 브룩 박사가 CTO로 참여하고 있다.

MIT 인공지능연구소의 첫 스핀오프(Spin-Off·분사)기업이다.

380명의 직원 중 연구원이 50%를 차지하며 이 중 70%가 MIT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