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PI(자기자본투자·Principal Investment)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주식 위탁매매에서 탈피해 미국 골드만삭스처럼 수익기반을 다양화,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PI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증권이 1조원 이상을 P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상반기에 2800억원을 투자했던 대우증권은 하반기에도 21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최근 PEF(사모투자펀드)를 통해 샘표식품의 2대주주로 떠오른 우리투자증권도 올해 2300억원을 PI에 배정했다.

올 들어 가장 활발한 PI를 하고 있는 곳은 대우증권이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의 유연탄 광산개발회사인 PT.BUI의 회사채 및 지분 18%를 총 43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중국 저지앙 하이펑조선소가 건조 중인 1220만달러 규모의 1만5800t급 벌크선에도 투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상반기에 비상장기업 주식취득,부동산펀드 등에 2800억원을 투입했다"며 "하반기 투자가 거의 확정된 금액도 21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각종 M&A(인수합병) 거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가하고 비상장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3∼4건의 직접 투자를 했다.

투자가 확정된 금액은 1300억원대다.

이 증권사 정영채 IB본부장은 "샘표식품처럼 저평가된 기업에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우리투자증권은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른 기업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할 경우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어 PEF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도 1300억원을 지방자치단체 부동산 개발,비상장기업 지분취득,홍콩 뮤추얼펀드 등에 투자했다.

또 중국 유전개발,모 임대주택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이다.

회사측은 "올해 1300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을 회수했다"며 "내부적으로 목표 투자수익률을 20%로 설정하고 있을 만큼 수익성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코스닥상장 등을 추진 중인 비상장 5개사에 43억원을 투자했으며 상장 S사의 CB(전환사채)를 1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 대신 미래에셋증권 등도 별도 팀을 구성,투자대상을 물색 중이다.

현대증권 박영석 PI본부장은 "외국의 경우 증권사들이 부동산 주식관련사채 기업M&A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하고 있다"며 "증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정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