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사회 상황은 유럽과는 다르기 때문에 한국이 맹목적으로 유럽식 경제모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스 베른하르트 메어포르트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부회장은 22일 대외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10주년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다른 만큼 다른 나라의 경제모델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메어포르트 부회장은 한국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비해 내수시장이 작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내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복지나 분배를 희생하고 세계화와 경쟁을 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사회복지에 치중했던 스웨덴의 중도좌파 정권이 총선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스웨덴 모델을 고집하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받는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200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적이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뒤지는 것은 불안한 일자리 때문"이라며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 임금근로자의 37% 정도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같은 수치는 (현 정부 출범 전인) 4년 전보다 10%포인트 높고,OECD 국가들 평균보다는 2.5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한국경제가 투자 부진 등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거의 늘지 않으면서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영향력이 있는 국제기구가 이처럼 심각하게 한국의 고용 부진 문제를 경고한 것은 드문 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안정적인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하면서 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고 있다고 본 셈이다.

김선태·정지영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