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반발 원인은 정부에대한 신뢰 부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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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투자가 정체되고 증세에 대한 반감이 거센 이유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부족한 때문"이라며 "정부가 교육 사회보장 연구·개발(R&D)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좋은 해법을 제시하면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OECD 가입 1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구리아 사무총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부가 강력한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듯,"FTA는 서로 합쳐서 공간(시장)을 넓히는 것으로 경제학이 아니라 물리학의 문제"라며 "한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멕시코 국적의 구리아 사무총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멕시코의 외교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OECD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선 기업의 투자 부진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외환위기를 겪은 뒤 한국 기업들이 달라졌다면 사업 리스크에 대한 인식으로 투자에 매우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일 것이다.
투자를 안 하는 게 정부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그랬던 측면이 있다.
투자에 조심스러운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많이 바뀐 셈이다.
이제는 정부가 기업을 움직이려면 훨씬 강력한 투자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
좋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성장 정책보다 분배에 무게를 둔 경제정책을 펴왔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 부담도 늘렸다.
타당한 정책으로 볼 수 있는가.
"한국 정부의 분배정책과 그 정책을 도입한 타이밍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느냐가 관건이다.
세금 인상 같은 경제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돈을 운영하는 주체,즉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
신뢰만 있다면 국민은 정부가 세금을 올려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정부를 신뢰한다면 투자에 자신감을 갖게 마련이다.
분배 정책도 국민이 낸 세금이 일자리 창출,교육의 질 개선,학교 건립,노인을 위한 복지 혜택으로 실질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민이 세입·세출의 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하고 정부는 무엇보다 정책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과 정부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닌가."
-한때 고도성장을 지속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뚝 떨어졌다.
올 성장 목표인 5%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고성장 시대는 끝난 것인가.
"한국은 고립된 시장이 아니다.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미국 유럽 일본 경제의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제의 동조화는 불가피하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회복되는 추세인 만큼 한국도 성장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OECD는 상품이나 서비스 정책 등을 판매하는 곳은 아니지만 한국은 OECD 회원국으로서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경제 현상에 대한 정보와 정책의 성공 케이스들에 최대한 빨리 접근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달성한 연간 8% 같은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많이 성숙했고,전 세계적인 기술 발달로 세계 경제도 달라졌다.
이제는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이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한국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인구 감소에 따라 재정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복지와 의료비에 대한 정부 지출도 계속 늘어나야 한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에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외국인 이민이나 이주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리스트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진보를 이뤘으며 외환위기 등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를 재빨리 극복했다.
한국인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한국의 성공스토리를 우리나라(멕시코)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 들려주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고 교육 혁신 R&D 등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간다면 성장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앞 세대가 그랬듯 후손을 위한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약력 ]
● 1950년 멕시코 출생
● 오토너머스대 경제학 학사
● 리즈대 경제학 석사
● 하버드대 대학원
● 멕시코 수출입은행장
● 멕시코 외무부·재무부 장관
● OECD 사무총장
한국의 OECD 가입 1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구리아 사무총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부가 강력한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듯,"FTA는 서로 합쳐서 공간(시장)을 넓히는 것으로 경제학이 아니라 물리학의 문제"라며 "한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멕시코 국적의 구리아 사무총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멕시코의 외교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OECD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선 기업의 투자 부진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외환위기를 겪은 뒤 한국 기업들이 달라졌다면 사업 리스크에 대한 인식으로 투자에 매우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일 것이다.
투자를 안 하는 게 정부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그랬던 측면이 있다.
투자에 조심스러운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많이 바뀐 셈이다.
이제는 정부가 기업을 움직이려면 훨씬 강력한 투자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
좋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성장 정책보다 분배에 무게를 둔 경제정책을 펴왔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 부담도 늘렸다.
타당한 정책으로 볼 수 있는가.
"한국 정부의 분배정책과 그 정책을 도입한 타이밍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느냐가 관건이다.
세금 인상 같은 경제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돈을 운영하는 주체,즉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
신뢰만 있다면 국민은 정부가 세금을 올려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정부를 신뢰한다면 투자에 자신감을 갖게 마련이다.
분배 정책도 국민이 낸 세금이 일자리 창출,교육의 질 개선,학교 건립,노인을 위한 복지 혜택으로 실질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민이 세입·세출의 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하고 정부는 무엇보다 정책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과 정부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닌가."
-한때 고도성장을 지속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뚝 떨어졌다.
올 성장 목표인 5%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고성장 시대는 끝난 것인가.
"한국은 고립된 시장이 아니다.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미국 유럽 일본 경제의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제의 동조화는 불가피하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회복되는 추세인 만큼 한국도 성장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OECD는 상품이나 서비스 정책 등을 판매하는 곳은 아니지만 한국은 OECD 회원국으로서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경제 현상에 대한 정보와 정책의 성공 케이스들에 최대한 빨리 접근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달성한 연간 8% 같은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많이 성숙했고,전 세계적인 기술 발달로 세계 경제도 달라졌다.
이제는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이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한국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인구 감소에 따라 재정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복지와 의료비에 대한 정부 지출도 계속 늘어나야 한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에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외국인 이민이나 이주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리스트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진보를 이뤘으며 외환위기 등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를 재빨리 극복했다.
한국인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한국의 성공스토리를 우리나라(멕시코)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 들려주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고 교육 혁신 R&D 등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간다면 성장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앞 세대가 그랬듯 후손을 위한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약력 ]
● 1950년 멕시코 출생
● 오토너머스대 경제학 학사
● 리즈대 경제학 석사
● 하버드대 대학원
● 멕시코 수출입은행장
● 멕시코 외무부·재무부 장관
● OECD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