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이 만든 사모펀드(PEF)가 샘표식품 주식 24.1%를 사들여 2대 주주로 전격 올라섰다.

우리투자증권은 경영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6년여간 잠복했던 샘표식품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0일 샘표식품은 상한가인 1만6300원에 마감됐다.

그동안 증권사들의 PEF 설립 계획은 잇달아 나왔지만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특정 회사 지분을 대량 매입해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장하성 펀드에 이어 펀드에 의한 M&A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며 '제2의 대한화섬'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 대량 매수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490억원 규모로 설정한 '마르스제1호PEF'가 지난 19일 장 마감 후 대량 자전거래를 통해 샘표식품 주식 107만주(24.1%)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매도 주체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15명이다.

현재 샘표식품 특수관계인은 최대주주인 박진선 사장을 비롯한 25명으로 마르스PEF는 이 가운데 박 사장과 부인 및 형제 자식 등 10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분을 넘겨받은 셈이다.

매수가격은 모두 161억원으로 주당 평균 1만6000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2.55%에 달했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45%로 뚝 떨어지게 됐다.

2대 주주와의 차이는 4.35%포인트에 불과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샘표식품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브랜드 가치가 높고 주가가 자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측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진이 수행하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해 경영에 참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사 파견 등 경영 참여를 위한 수순을 밟아갈 계획이다.

◆ 우호적 주식 매입으로 보기 힘들듯

우리투자증권측이 적대적 M&A 가능성은 없으며 회사와 현 경영진에 협력할 뜻을 밝혔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우선 이번 지분 매입이 과거 현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작은아버지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대표이사인 박 사장은 1997년 주총에서 작은아버지인 박승재 전 사장을 해임시키고 대표에 올랐다.

이후 몇 년간 샘표식품은 박승복 회장과 아들인 박 사장을 한편으로 하고 이복 동생인 박 전 사장 등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었다.

이번 주식 매도자 명단에는 박 회장의 이복 동생 대부분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시장에서 매각하지 않고 지분을 모아 우리증권측에 먼저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는 점도 이번 지분 매입 자체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이번 주식 매입이 최대주주에게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는 점도 적대적 M&A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샘표식품을 방문,주식 매입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PEF에 자금을 댄 주체가 누구냐를 두고 설이 분분한 실정이다.

우리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샘표식품의 주당 자산가치는 3만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에서라면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