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약세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오랜 관념이 새로운 경제 상황에 따른 추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 월가 일각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노무라 증권의 데이비드 레슬러 수석애널리스트는 19일 휘발유값이 미국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유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경제가 반드시 나아진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이 19일(현지시각) 배럴당 62달러 내외로 급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이 하루 절약하는 기름값이 한해 전에 비해 약 7천만달러에 달한다는 석유가격정보서비스 분석을 지적했다.

레슬러는 "이런 식으로 절약되는 돈이 소비를 늘리게될 것으로 이해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이를테면 정유회사 엑손 모빌에 갈 돈이 할인판매 체인 월마트로 이동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소비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유로 퍼시픽 캐피털의 피터 쉬프 사장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간 금리가 기록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신용 판매가 크게 늘고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도 급증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기름값이 떨어진다고해서 그 효과가 쉽게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것을 당장 소비하기보다는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데 쓰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성향은 소매업계 통계로도 뒷받침돼 전미소매연맹(NRF)이 19일 밝힌 바에 따르면 황금기인 오는 11-12월에 소매 판매가 한해 전에 비해 5%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증가분 6%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분이 소비에 미치는 충격을 흡수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이를테면 유가가 75달러가 아닌 65달러일 경우 내년에 그 차이 분으로 인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흡수될 수 있는 충격이 0.1-0.2%포인트 가량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외국 석유회사로 가야할 돈이 미국 기업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종의 석유 '내성'은 이미 월가에서도 나타나 유가가 78달러 이상이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달했던 지난 7월 14일 당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근 7%나 뛴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메릴 린치의 셰릴 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의 유가 약세가 향후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긍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가가 "70달러에서 20달러로 폭락한다면 몰라도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낮은) 수준은 60달러 내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