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자동차가 한국 자동차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산 저가(低價) 소형 차량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에 속속 진출,한국차의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는 것.특히 중국 업체들은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선진기술을 습득,한국차와의 기술 격차마저 빠르게 좁히고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최근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마저 넘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차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점점 줄어드는 기술 격차

그동안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자동차 기술 격차를 대략 5년 정도로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275개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중국과 한국의 자동차 기술 격차는 5.3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기술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는 것은 잇따른 M&A로 손쉽게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하고 있어서다.

중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상하이자동차는 작년 초 쌍용차를 인수,기술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벤츠의 엔진기술을 전수받아 일부 기술은 현대·기아차에서도 탐낼 정도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와 연구개발(R&D) 성과를 공유할 방침이다.

상하이차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 독자 브랜드의 신차 30개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내년부터 미국에 진출할 치루이자동차도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디자인 업체를 인수했다.

치루이는 특히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루마니아 공장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미국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난징자동차도 올해 초 영국 롱브리지의 MG로버 공장을 33년간 장기 임대,재가동 채비를 갖췄다.


○한국 소형차와 전면전 불가피

중동과 남미,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중국차가 한국차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치루이자동차의 소형차 'QQ'.GM대우의 경차 마티즈를 꼭 빼닮아 '짝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자동차다.

치루이는 중동 지역에서 이 차량을 대당 300만~400만원에 팔고 있다.

지리자동차도 해외에서 500만원 미만의 저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비해 GM대우 마티즈의 판매가는 600만~9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소형차 아토스와 모닝의 경우 국가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 평균 1000만~1200만원 정도에 팔린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2년까지 1만달러를 웃돌았던 중국의 승용차 수출단가가 올 1분기에는 7255달러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중소형 승용차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에 의한 판매 전략을 구사해온 만큼 저가 중국차의 해외 진출 확대는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술 및 품질 격차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급화 및 차별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