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에서 또 하나의 프리미어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주도하는 한국의 지상파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와 미국 퀄컴의 미디어플로가 영국 시장을 놓고 벌이는 '모바일 TV 챔피언십'이다.

영국은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국가로,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상징성이 큰 곳이다.

두 회사는 현재 본선을 앞두고 실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한국은 모바일 TV의 한 종류인 지상파 DMB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강점을 내세워 10여개 현지 통신업체들과 1차 실험(6~9월)을 마치고 2차 실험(10월~내년 1월)에 들어갈 태세다.

이에 맞서 퀄컴은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영국 비스카이비(BSkyB)와 오디오 비디오 데이터통신 등을 실험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정 모바일 TV 서비스를 지정하지 않고 사업자들이 자율로 선택하는 정책을 쓰고 있어 양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내년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양사 간 전력을 비교하면 한국의 지상파 DMB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영국 정부와 업체들은 지상파 DMB가 한국에서 이미 상용화돼 다양한 단말기로 160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즐기고 있다는 데 놀란다.

실제로 한국에서 지상파 DMB는 휴대폰뿐 아니라 내비게이션,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전용 단말기 등으로 시청하고 있고 가입자도 166만명을 넘었다.

전 세계에서 모바일 TV를 이렇게 다양하게 즐기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독일 월드컵과 중국 베이징에서 상용화한 실적도 장점이다.

18일 영국 통상산업부 산업담당 마가릿 호지 차관이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DMB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한국 DMB 기술의 우수성을 평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상훈 정통부 이동휴대방송 담당 서기관은 영국은 지상파 DMB 서비스용으로 새로운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아도 되고 기존 장비도 업그레이드만 하면 사용할 수 있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미디어플로는 현 단계에서는 상용화 실적이 없어 한국 DMB의 상대가 안 되지만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통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디어플로는 우선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이 지상파 DMB보다 많아 사업자들이 선호할 수 있다.

지상파 DMB는 오디오 11개,비디오 7개 등 18개이지만 미디어플로는 오디오 10개,비디오 20~30개나 돼 채널 강점을 갖고 있다.

또 채널 전환 때 걸리는 시간이 2초 이내로 빠르고 품질이 지상파 DMB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이 때문에 지금은 한국 DMB에 밀리지만 본선(상용화)이 시작되면 DMB를 제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찾았던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잉글랜드에서 벌이는 양사의 모바일 TV 리그가 볼 만해졌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