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황창규 사장 "반도체 기술 禁忌 깨졌으니 20나노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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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한 칩 하나에 무려 328억개의 반도체 소자(셀)를 찍어 만든다.
셀과 셀 사이의 간격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3000분의 1이다.
웬만한 현미경으로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틈 사이로 1000곡의 MP3플레이어 음악파일이나 16시간짜리 DVD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선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0나노 32기가비트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런 내용이다.
극도로 미세한 공정도 놀랍지만 조그마한 칩 하나가 구현할 수 있는 세계가 너무도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전율감이 일 정도다.
게다가 내년엔 30나노 64기가비트짜리 반도체가 나오고 그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업그레이드 제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이토록 미세한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극한에 가까운 마이크로 기술이 매크로 경제의 존망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지난 11일 신라호텔에 40나노 32기가비트 제품을 들고 나와 반도체의 무한 진화를 역설하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인물이 미국이나 일본에 있었더라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바야흐로 세계가 황창규를 쫓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를 1년에 두 배씩 증가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7년 연속 자신의 힘으로 입증했다.
여기에다 이번에 40나노 32기가 제품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오랜 금기 두가지를 깨버렸다.
그는 이 일을 "세상이 뒤집어질 일"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금기가 깨졌나.
"금기가 깨졌다기보다는 그동안 사람들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발상을 실현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하나는 실리콘 없이도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또 다른 하나는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도 전하(전기적 성질을 띤 물질)를 저장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것이 이번 40나노 제품을 공개하면서 동시에 발표한 CTF(Charge Trap Flash)라는 신기술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
실리콘을 소재로 하는 반도체 소자로는 50나노 미만 공정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집적도를 높이려면 셀의 크기를 줄여야 하지만 실리콘이 고전압을 견디려면 어느 정도의 크기를 갖춰야 한다.
바로 이런 제약 때문에 지금까지 어느 기업도 40나노 공정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CTF 기술을 완성하면서 실리콘 없이도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는 가히 혁명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부도체는 어떻게 전기를 저장하게 되나.
"통상 전기를 저장하는 플로팅게이트 역시 재질이 실리콘이어서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5년 동안의 끈질긴 연구개발 끝에 아주 얇은 부도체이면서도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나이트라이더'라는 신물질을 찾아냈다.
플로팅게이트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전기는 도체에만 저장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결과다. 결국 금기를 깨부수는 고통 뒤에 새로운 기술이 열린 셈이다."
-신기술 개발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2000년에 처음으로 CTF 낸드기술 개발 및 제품 상용화에 착수했지만 기존 플로팅게이트를 적용해 만든 셀보다 특성이 뛰어나지 않아 한계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께서 끝까지 매달려 연구성과를 내달라고 독려하신 데다 저 또한 앞서 나간 선배들이 이뤄놓은 반도체 1등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개발팀을 수시로 불러 얘기했다."
-이건희 회장도 상당히 기뻐했을 텐데.
"무척 좋아하셨다.
특히 이 기술은 이 회장께서 반도체 연구개발팀을 10배로 늘리라는 지시를 하신 이후 첫 프로젝트로 삼은 것이어서 더욱 감회가 깊다고 하셨다."
-일찌감치 특허 작업을 마쳤다고 들었는데.
"관련 기술을 미국 등에 모두 특허로 등록했다.
앞으로 50나노 미만 공정에서 CTF 기술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우리에게 로열티를 내야할 것이다.
그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강력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IT(정보기술)기업들과는 '크로스 라이선스(특허상호사용계약)'를 맺을 정도는 될 것으로 본다."
-언제까지 '황의 법칙'을 입증할 생각인가.
일각에선 이제 집적도를 1년이 아니라 6개월에 두 배씩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집적도를 6개월에 두 배씩 늘리려면 엄청난 연구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것이 필요한지는 조금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부터 '황의 법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의 문제는 CTF기술에 달려있다.
일단 20나노 공정까지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다만 앞으로 나노공정이 떨어지는 숫자상의 속도는 조금 떨어져 예전처럼 10나노씩 정확하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50나노에서 40나노로 떨어지는 것과 30나노에서 20나노로 떨어지는 것을 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
감소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33∼35나노 공정에 64기가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텔과 도시바 등이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노리고 투자를 늘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일단 좋은 일이다.
시장을 같이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낸드플래시는 모든 모바일 제품에 들어간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가 발달할수록 낸드플래시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월등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텔이나 도시바와 같은 레벨의 시장에서 맞닥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 대신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이른바 '낸드PC'가 출시되고 있는데 언제쯤 활성화될 것으로 보나.
그리고 향후 낸드PC에 버금가는 낸드플래시 대량 수요처는 어디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현재 낸드플래시의 용량 증가속도를 보면 2009년쯤 낸드PC가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
HDD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워 실생활에 다양한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낸드PC의 뒤를 잇는 제품은 뭐니뭐니 해도 휴대폰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대용량 정보를 주고받는 3.5세대나 4세대 휴대폰이 보편화되는 때가 오면 낸드플래시는 폭발적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셀과 셀 사이의 간격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3000분의 1이다.
웬만한 현미경으로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틈 사이로 1000곡의 MP3플레이어 음악파일이나 16시간짜리 DVD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선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0나노 32기가비트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런 내용이다.
극도로 미세한 공정도 놀랍지만 조그마한 칩 하나가 구현할 수 있는 세계가 너무도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전율감이 일 정도다.
게다가 내년엔 30나노 64기가비트짜리 반도체가 나오고 그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업그레이드 제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이토록 미세한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극한에 가까운 마이크로 기술이 매크로 경제의 존망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지난 11일 신라호텔에 40나노 32기가비트 제품을 들고 나와 반도체의 무한 진화를 역설하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인물이 미국이나 일본에 있었더라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바야흐로 세계가 황창규를 쫓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를 1년에 두 배씩 증가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7년 연속 자신의 힘으로 입증했다.
여기에다 이번에 40나노 32기가 제품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오랜 금기 두가지를 깨버렸다.
그는 이 일을 "세상이 뒤집어질 일"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금기가 깨졌나.
"금기가 깨졌다기보다는 그동안 사람들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발상을 실현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하나는 실리콘 없이도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또 다른 하나는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도 전하(전기적 성질을 띤 물질)를 저장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것이 이번 40나노 제품을 공개하면서 동시에 발표한 CTF(Charge Trap Flash)라는 신기술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
실리콘을 소재로 하는 반도체 소자로는 50나노 미만 공정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집적도를 높이려면 셀의 크기를 줄여야 하지만 실리콘이 고전압을 견디려면 어느 정도의 크기를 갖춰야 한다.
바로 이런 제약 때문에 지금까지 어느 기업도 40나노 공정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CTF 기술을 완성하면서 실리콘 없이도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는 가히 혁명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부도체는 어떻게 전기를 저장하게 되나.
"통상 전기를 저장하는 플로팅게이트 역시 재질이 실리콘이어서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5년 동안의 끈질긴 연구개발 끝에 아주 얇은 부도체이면서도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나이트라이더'라는 신물질을 찾아냈다.
플로팅게이트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전기는 도체에만 저장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결과다. 결국 금기를 깨부수는 고통 뒤에 새로운 기술이 열린 셈이다."
-신기술 개발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2000년에 처음으로 CTF 낸드기술 개발 및 제품 상용화에 착수했지만 기존 플로팅게이트를 적용해 만든 셀보다 특성이 뛰어나지 않아 한계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께서 끝까지 매달려 연구성과를 내달라고 독려하신 데다 저 또한 앞서 나간 선배들이 이뤄놓은 반도체 1등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개발팀을 수시로 불러 얘기했다."
-이건희 회장도 상당히 기뻐했을 텐데.
"무척 좋아하셨다.
특히 이 기술은 이 회장께서 반도체 연구개발팀을 10배로 늘리라는 지시를 하신 이후 첫 프로젝트로 삼은 것이어서 더욱 감회가 깊다고 하셨다."
-일찌감치 특허 작업을 마쳤다고 들었는데.
"관련 기술을 미국 등에 모두 특허로 등록했다.
앞으로 50나노 미만 공정에서 CTF 기술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우리에게 로열티를 내야할 것이다.
그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강력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IT(정보기술)기업들과는 '크로스 라이선스(특허상호사용계약)'를 맺을 정도는 될 것으로 본다."
-언제까지 '황의 법칙'을 입증할 생각인가.
일각에선 이제 집적도를 1년이 아니라 6개월에 두 배씩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집적도를 6개월에 두 배씩 늘리려면 엄청난 연구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것이 필요한지는 조금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부터 '황의 법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의 문제는 CTF기술에 달려있다.
일단 20나노 공정까지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다만 앞으로 나노공정이 떨어지는 숫자상의 속도는 조금 떨어져 예전처럼 10나노씩 정확하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50나노에서 40나노로 떨어지는 것과 30나노에서 20나노로 떨어지는 것을 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
감소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33∼35나노 공정에 64기가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텔과 도시바 등이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노리고 투자를 늘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일단 좋은 일이다.
시장을 같이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낸드플래시는 모든 모바일 제품에 들어간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가 발달할수록 낸드플래시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월등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텔이나 도시바와 같은 레벨의 시장에서 맞닥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 대신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이른바 '낸드PC'가 출시되고 있는데 언제쯤 활성화될 것으로 보나.
그리고 향후 낸드PC에 버금가는 낸드플래시 대량 수요처는 어디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현재 낸드플래시의 용량 증가속도를 보면 2009년쯤 낸드PC가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
HDD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워 실생활에 다양한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낸드PC의 뒤를 잇는 제품은 뭐니뭐니 해도 휴대폰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대용량 정보를 주고받는 3.5세대나 4세대 휴대폰이 보편화되는 때가 오면 낸드플래시는 폭발적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