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경기 둔화로 어려움에 빠질수록 더 바쁜 사람이 있다.

중기 제품을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서사현 사장(61)이다.

경기에 찬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중산층 이하 서민계층이 주요 고객인 만큼 요즘이 가장 어려운 시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올해 중소기업유통센터의 매출은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나 처음으로 '2000억원 고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2003년 11월 서 사장 부임 당시 540억원의 자본잠식에 영업적자가 40억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간단치 않은 성과다.

서 사장이 부임했을 때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외에는 비빌 언덕 하나 없었다고 한다.

"우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2년 후에는 적자 규모 한 자릿수,그후에는 흑자전환을 약속했죠.이대로 안되면 임기(3년)에 연연치 않고 즉시 물러나겠다는 배수의 진까지 쳤습니다." 직원들의 분발을 이끌어내기 위해 2004년에는 기본급을 5%씩 일괄 인상하는 '선제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상황이 뜻대로 호전되지 않았다.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전시회부터 홈쇼핑 채널과 중소기업 연계사업까지 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 결과 홈쇼핑사업에서 올리는 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백화점도 지역밀착형 마케팅 덕에 안정적인 수익기반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 정도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정승처럼' 돈을 버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중소기업 제품을 유통시키면서 수수료를 남기려면 제품 납품단가를 낮춰야 하지만,안 그래도 경영이 빠듯한 중소기업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해야 하는 게 고민거리다.

중소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고 제품을 잘 유통시켜 이익을 내주는 게 서 사장이 생각하는 '정승처럼 돈버는 방법'이다.

서 사장은 중소기업유통센터에 오기 전 케이블네트워크업체인 파워콤 사장을 맡아 민영화를 성공시킨 경력이 있다.

1945년 8월15일에 태어난 '해방둥이'인 그는 "특별한 날에 태어난 덕분에 하는 일도 다 잘 풀릴 것이라고 늘 다짐한다"며 "300만 중소기업들의 대표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뛰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