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16일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의 자택에 있는 문호홀에서는 조그마한 환영리셉션이 열렸다.

이자리에는 박 이사장을 비롯해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과 주빈 메타의 친형인 자린 메타 등이 게스트로 참석했다.

바로 전날 금호가 주최한 월드오케스트라 초청 시리즈의 하나로 마련된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성공적인 한국 공연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뉴욕필의 공연에 큰 감동을 받은 박 이사장은 지휘를 맡았던 로린 마젤에게 다시 한번 한국에 와 공연을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무대 매너와 박 이사장의 따스한 환대에 크게 고무된 마젤은 2년 뒤 꼭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이 오는 11월15일과 16일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2년 전 박 이사장과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베를린필,빈필과 함께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손꼽히는 뉴욕필은 1842년 창단돼 미국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한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1881년),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1893년),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1909년) 등을 세계에서 처음 연주한 악단이기도 하다.

이곳을 거쳐간 지휘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구스타프 말러,아르투로 토스카니니,브루노 발터,레너드 번스타인,주빈 메타 등 거장들이 뉴욕필의 지휘봉을 잡았다.

마젤은 2002년부터 음악감독 겸 지휘자를 맡고 있다.

1930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마젤은 7살에 지휘 레슨을 받기 시작해 8살에 아이다호대학 오케스트라 공연 지휘자로 데뷔한 '음악 신동'이다.

15세가 될 때까지 뉴욕필을 비롯 시카고 심포니,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미국의 주요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마젤과 뉴욕필은 2004년 협연했던 손열음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계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한국명 양희원·20)을 협연자로 선택했다.

조이스 양은 지난해 6월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차세대 유망주다.

15일에는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16일엔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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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