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축소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가 도로 건설이다.

철도 항만 공항 수자원 지역개발 산업단지 등에 대한 투자는 소폭 증가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부문 투자는 집중적으로 감축됐다.

정부가 SOC 예산을 축소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이 여파로 도로 예산은 2004년 7.7% 줄어든 데 이어 2005년 5.6% 감소했다.

철도의 경우 2004년 16.1% 줄었다가 2005년(0.6% 증가)엔 현상을 유지했고 공항 항만 물류 등의 분야는 아직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로 예산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장기 계속사업과 신규사업의 공기가 지연되고 있다.

공기가 지연되는 원인은 정부예산 축소 외에도 보상지연,설계변경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현재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예산부족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기지연 피해 눈덩이

공기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다양하다.

우선 공사비가 대폭 늘어난다.

물가상승분이 공사비에 반영되면서 노무비 자재비 등의 직접 공사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공사를 착공만 하고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하면 현장관리비와 본사관리비도 크게 늘어난다.

건교부는 공기지연으로 인한 직접적인 사업비 손실규모는 최초 공사비의 25∼3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 경실련이 올해 이미 완공됐거나 완공 예정인 57개 국도의 공사비를 조사한 결과 총 예상 공사비는 4조2100억원이었으나 실제 투입된 공사비는 5조1900억원으로 약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와 하도급업체의 경영부담도 가중된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건설업체는 외상 공사 등으로 버틸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하도급업체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장기어음으로 지급받아 심각한 경영 애로에 봉착하고 있다는 게 건설현장의 얘기다.

대형 S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착공을 줄이더라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사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기가 지연되는 지역에선 주민 불편으로 인한 항의가 늘어나고 있다.

공기가 지연되는 곳 중 상당수가 강원도 등 교통 여건이 취약한 곳이어서 소외감을 더욱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공사 구간이 장기 방치되면 주변 지역의 교통혼잡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침체 가속화 우려

SOC 투자 축소는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건설산업은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등의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한국은행은 건설업에 1조원을 투자하면 1만79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고용창출 효과(9700여명)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 정권이 불황극복,고용기회 확대를 위해 건설부문에 대한 투자를 중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은 증가하는 대신 SOC 투자는 줄어 가뜩이나 침체되고 있는 경제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SOC 투자 축소는 곧바로 경제 성장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우리나라의 SOC 구축 수준이 중·상위권은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비교를 해보면 SOC 확충 수준은 주요 경쟁국보다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SOC 투자를 확대하기는커녕 축소함에 따라 성장동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물류비용과 교통혼잡비용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 물류비는 2000년 77조원,2002년 87조원,2003년 90조원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물류비는 12.5%(2003년)인 데 반해 미국과 일본은 8.4% 수준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의 전국 교통혼잡비용은 2002년 22조1000억원,2003년 22조7000억원,2004년 23조1000억원 등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고속도로 및 국도의 중복투자가 심하고 지방엔 도로가 남아돈다고 지적하지만 SOC 투자는 20∼30년 뒤를 보고 미리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