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8일 경기도 분당의 좋은상호저축은행에 6개월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지난해 7월 부산 인베스트저축은행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은 좋은저축은행의 부실이 대주주의 불법 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금융감독원 검사역 출신인 대주주가 사금고처럼 이용해 부실이 심화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주주 불법 행위가 부실 원인

금감원은 △대주주에 대한 부당 대출 60억원 △동일인 한도 초과 대출 958억원 △소액 대출에 대한 전산 조작으로 부실 은폐 392억원 △재무구조 취약 업체에 대한 부당 대출로 인한 부실 81억원 등이 부실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법 행위는 금감원 출신인 임진환씨가 2001년 10월 좋은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수년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대주주 임씨 등 전·현직 임직원 20명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좋은저축은행은 이미 2003년 2월 동일인여신 한도 위반이 적발돼 경영진 전원 교체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그런 데도 위법 행위가 반복된 데는 대주주의 입김이 경영에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측면이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여전히 대주주의 사(私)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저축은행이 감독당국의 사각 지대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인당 5000만원까지는 보호

좋은저축은행은 오는 10월 말까지 대주주가 증자를 하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른 저축은행 등으로 계약 이전이 추진된다.

이 경우 예금 고객들은 최장 6개월(내년 3월7일) 이전에는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예금보험공사는 예금 동결에 따른 고객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추석 전에 1인당 500만원씩을 가지급금으로 내 줄 예정이다.

가지급금을 받기 원하는 고객은 거래 인감,신분증,예금통장 등을 갖고 좋은상호저축은행을 방문하면 된다.

계약 이전되지 않고 파산하더라도 예금자 1인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는 보호된다.

○다른 저축은행은 괜찮나

금감원은 저축은행이 전반적으로 재무 구조가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10개 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8.90%로 1년 전보다 개선됐으며 7% 이상인 저축은행도 지난해 77개사에서 1년 만에 90개로 늘어났다.

고정이하 여신(부실 채권) 비율도 12.6%에서 10.9%로 낮아졌다.

그렇다고 부실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금감원 기록으로 6월 말 현재 1조3916억원에 이르는 저축은행 전체 소액신용대출액 중 7638억원이 연체된 상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규모는 6조9000억원으로 총 대출의 18.7%를 차지했다.

예보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의 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저축은행의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정인설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