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협상에서는 미리 교환한 관세 양허안(개방안)을 놓고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하고 이미 교환한 서비스·투자 개방 유보안에 대해서도 확인할 부분이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4일 낮(미국 현지시간) 시애틀에 입국한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가 밝힌 대로 이번 3차 협상에선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 유보안을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또 한국이 요구 중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전문직 비자쿼터 신설 등과 미국이 주장하는 한국의 자동차 세제 개편,한국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 세부방식 조정 등 기존 쟁점도 계속 협의해야 한다.

특히 양국이 5일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다룰 원산지 분과 협상에 들어간 것은 이 문제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협상 개시

양국은 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원산지 분과 협상을 5~7일 사흘간 진행한다.

협상단 관계자는 "개성공단 문제를 밀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공식 일정보다 하루 먼저 회의를 시작했다"며 "회의 진행 상황에 따라 하루이틀 회의를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국은 미국이 이스라엘,싱가포르 등과 맺은 FTA에서 역외가공방식을 인정했던 사례를 들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개성공단 문제는 FTA 협상에서 다뤄질 의제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와 위폐 문제 등으로 악화된 대 북한 여론이 개선되지 않는 한 협상 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협상장 안팎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1만1261개 전체 품목 중 섬유 품목을 뺀 약 1만여개 품목의 품목별 원산지를 다루는 것도 큰 과제다.

특히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증가를 우려해 자동차의 경우 원산지 규정을 상당히 까다롭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과별 협상,난항 예상

양측이 이번 협상을 앞두고 교환한 양허안은 매우 보수적으로 작성됐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20%가 넘는 농산물을 개방 예외로 했으며 미국도 자국의 약점인 섬유 분야에서 60∼70%에 달하는 품목을 예외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선 '주고받기' 수준의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대표도 "서비스·투자 개방 유보안에 대해 확인할 부분이 많다"며 "상대방의 개방 유보안에 대한 진의도 타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6일 상품 농업 서비스 금융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환경 등 13개 분과와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등 14개 분야에서 회의를 시작함으로써 3차 협상을 본격화한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농업과 섬유 분야의 경우 각각 6~9일,7~9일까지 분과별 협상이 진행된다.

의약품·의료기기와 자동차 작업반 협상은 각각 6~8일,8~9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협상에선 1,2차 협상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통합협정문의 일부 쟁점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미국측이 최근 '한국 공기업도 시장가격으로 거래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양국이 서로 독점적 권리를 가진 공기업을 지정,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의견이 같지만 공기업의 상업적 지위와 독점적 지위 남용 방지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애틀=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