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 '미술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원로작가 박서보씨를 비롯해 구자승 황영성 이용덕 박성태 함섭 전광영 전명자 등 국내 작가 20여명이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미술관과 화랑에서 러브콜을 받고 전시를 준비 중(표 참조)이다.

구자승 이덕용 함섭 정현 등 일부 작가는 체류비를 포함해 작품 운송비 등 모든 비용을 해외 미술관과 화랑에서 부담하는 등 파격적 조건이다.

한국 작가들에게 인색했던 미국 유럽 일본 미술관과 화랑에서 이처럼 잇따라 전시회를 여는 것은 올 상반기 뉴욕·홍콩 등 해외 경매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큰 성과를 보인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가 해외전 여나=구자승씨는 프랑스 쇼몽 시립미술관 초청으로 6일부터 10월5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회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쇼몽 시립미술관에서 부담한다.

황영성씨는 지난 5월 이탈리아 나폴리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이탈리아 토리노의 칼리나 갤러리,내년 3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바그니이 갤러리 등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한지 작가 함섭씨 역시 홍콩 카이퐁신 갤러리에서 다음 달 10일부터 25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또 10월에는 최선호씨가 미국 샌디에이고 CJ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용덕 박성태 전명자 함진 전광영 설원기 윤형근 정현씨도 해외 전시를 준비 중이다.

◆왜 해외 전시 이어지나=한국 현대미술 작품이 작품성에 비해 값이 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10여년 동안 해외 미술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온 데 비해 한국 작품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값이 제자리이거나 떨어져 그만큼 가격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 미술시장에서 국내 작가 컬렉터 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해외 전시 증가의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금산 갤러리 황달성 대표는 "일부 해외 컬렉터들이 웨민준 팡리준 등 중국 작가 작품값은 너무 비싼 데다 구하기 힘들고 일본 작가들은 아직 세계 시장에서 지명도가 떨어지는 반면 일부 한국 작가는 작품성이 우수한 데 비해 가격이 저렴해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망=미술 한류바람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작가들이 해외 경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미술관과 화랑 전시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세계적인 미술 디렉터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의 한국 미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얼마 전부터 꿈틀거리는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 고객층이 많지 않아 해외 시장에 작품을 내 놓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는데 의외의 러브콜이 어어지고 있다"며 "한국 작품에 대한 수요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