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박대성씨(61)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6년 만에 개인전(8일~10월1일)을 갖는다.

'천년 신라의 꿈'을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일묵다색(一墨多色)의 미학을 보여주는 근작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키는 등 창의적인 실험작업을 해온 박씨는 최근 경주가 품은 문화의 혼과 생생한 역사를 표현해 왔다.

화면마다 몸으로 부딪히며 찾아낸 '신라의 꿈'에 대한 흔적들이 살아 있다.

경주의 유적들을 500호 화폭 위에 집약시킨 '천년 신라의 꿈-원융의 세계(250×440cm)'는 산이나 나무보다는 신라의 정신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석가탑 다보탑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으며 지금은 사라진 화룡사 9층탑도 재현했다.

한국화의 형식을 통해 신라 천년의 역사를 수묵담채로 녹여내다 보니 화폭가득 장엄미가 넘친다.

박씨의 근작들은 절제된 구도뿐만 아니라 먹 등 전통의 기법,소재에서 더욱 자유로워 지고 색감 역시 더욱 신선해 졌다.

12m짜리 대작 '법열'은 석굴암 보존불과 십대제자상을 그린 작품으로 먹을 머금은 바탕 위에 색채를 전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다.

작은 색점들로 이뤄진 화려한 화면은 미묘한 농도 변화로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전형화된 화법에서 벗어나 있는 '현율'의 공간 구성은 왜곡되어 보일 정도로 과감하고 긴장감이 넘치며,원근법을 탈피한 시선의 각도는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박씨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 미술을 독학으로 공부했으며 한국전쟁 때에 인민군의 칼에 아버지를 여의고 자신은 왼팔을 잃었다.

"나의 그림은 내 마음 속 갖고 있는 것을 시각화한 것"이라는 말처럼 그는 경주의 풍광 너머에 담긴 역사,문화와 대화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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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