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세대주에게 싼 금리로 주택 자금을 대출해 주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한때 대출중단 사태까지 빚을 만큼 수요가 많았던 이 대출은 대출 자격과 요건이 잇따라 강화되면서 월간 대출 실적이 올해 초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지는 등 외면당하고 있다.

30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초 월평균 7000억원을 넘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실적이 지난 2월 말 대출 요건 강화 이후 급감해 6월에는 626억원에 불과했다.

대출 실적은 2월 7220억원을 정점으로 △3월 3553억원 △4월 1680억원 △5월 854억원 △6월 626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수요 급감에 애물단지 전락

이처럼 대출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당초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1억5000만원까지 연 5.2%에 빌릴 수 있었던 대출 요건이 지난 1~2월 중 세 차례나 바뀌면서 지금은 부부합산 소득이 3000만원을 넘으면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출 한도는 1억원,금리는 연 5.7%로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생애 최초 대출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조건이 덩달아 까다로워진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 역시 지난 2월 2833억원에서 △3월 1149억원 △4월 581억원 △5월 348억원 △6월 350억원 등으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생애 최초 대출을 포함한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지원 규모는 전체 대출 재원(5조5000억원)의 52.6%인 2조8931억원이 집행되는 데 그쳤다.

연말까지 2조원 이상 남아돌 듯

정부는 당초 올해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생애 최초 대출 포함) 지원 규모를 1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가 수요가 급증하자 세 차례에 걸쳐 대출 재원을 총 5조5000억원까지 늘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대출 실적이 저조한 점을 감안할 때 대출 지원 규모는 올해 말까지 3조5000억원을 밑돌아 전체 재원의 35%를 넘는 2조원 안팎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건교부가 지난 4월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추산한 하루 평균 대출액은 최대 125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난 6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30억원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애 최초 대출 재원이 당초보다 4배나 늘었지만 대출 자격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무주택 서민들로선 이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시중 금리가 계속 올라 은행권 등 민간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