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산하 에너지재단 초대 이사장에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현 환경재단 이사장 겸 사회복지모금회장·71)이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에너지재단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갹출해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재단인데,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고건 전 국무총리 캠프의 핵심 인사가 재단의 사령탑이 된다면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산자부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재단 출연 예정 기업들에 초대 이사장으로 이 전 회장을 추천했으며 대다수 기업이 반대하지 않아 선임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법조인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했고 협회 시민단체 등을 이끌면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재단은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SK㈜ GS칼텍스 각 도시가스회사 등 50여개 기업이 500억~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다음 달 중 설립된다.

설립 취지는 저소득층이 공급 중단 등의 불안 없이 전기와 가스 등을 쓸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초대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 전 회장이 고건 캠프의 핵심 중 핵심이라는 것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고 전 총리의 싱크탱크격으로 지난 3월 출범한 '미래와 경제' 모임의 회장에 선출돼 활동 중이다.

이 전 회장은 다른 인사들과 더불어 한때 동숭동의 한 찻집에서 매일 아침 고 전 총리와 만났던 '동숭포럼'의 멤버이기도 하며 각종 행사에서 고 전 총리와 함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선 에너지재단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벌써부터 제기하고 있다.

또한 다른 정치세력이 이를 문제삼을 경우 설립 취지대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재단의 성격상 정치색이 없는 명망가가 이사장을 맡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에너지재단 이사장은 정치색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검증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미래와 경제' 회장을 맡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은 정부가 할 일인데,이를 에너지재단을 통해 기업들의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자세는 문제가 상당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재단 설립 과정에서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하고 기업들은 돈만 대는 행태는 사실상 '관치'라는 얘기도 적잖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