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춤추며 소리치기''할리데이비드슨 오토바이 타고 질주하기''비키니 차림의 미인들과 샴페인 마시기'.

할리우드 배우나 록 가수들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별난 행동들이다.

BBC 인터넷판은 24일 "와이셔츠 깃을 빳빳하게 세운 전통적인 기업체 보스의 이미지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요즘 CEO들은 회사를 잘 꾸려 나가는 것 외에도 튀는 행동으로 회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펩시가 전자기타 연주 실력이 출중한 인도 출신 여성 인드라 누이를 새로운 CEO로 전격 발탁한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

누이는 예일대 대학원 시절 여성 록 밴드를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가요를 열창하는 깜짝쇼를 벌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수년 전 수천명의 직원들 앞에서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음악 속에 춤을 추며 "나는 회사를 사랑한다"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어떤 CEO는 회사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로 부각되기도 한다.

미디어,항공,여행서비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영국의 세계적 복합기업인 '버진(Virgin)' 그룹의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은 '처녀'란 의미의 회사 이름 못지않은 섹시미를 자주 연출한다.

그는 최근 벌거벗은 여성들과 뜨거운 욕조 속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인터넷 광고에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CEO들의 튀는 행동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영 자문회사인 매니지먼트투데이의 마이크 휴잇은 "CEO의 튀는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버진의 브랜슨처럼 눈길을 끄는 행동이 회사를 알리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휴잇은 그러나 "튀는 행동이 자칫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에 회사의 운명을 맡기는 건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보석 판매점인 '라트너스'를 경영했던 제럴드 라트너는 튀는 CEO들에게 반면교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는 회사가 번창하던 1990년대 초 소비자들이 "질 좋은 제품을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것들은 몽땅 쓰레기이기 때문"이란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이 말장난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렸고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게 됐다.

몇 년 후 인터넷 보석 사업을 다시 시작한 라트너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악명' 덕택에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라트너는 "예전 실수는 정말로 '값비싼' 농담이었다"며 "개성을 내세워 브랜드를 창출하려는 것은 위험한 게임으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