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향방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유가가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며 70달러대 초반으로까지 하락하자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현재의 원유 수급 여건상 재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년 초 배럴당 50달러 간다"

지난 주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은 배럴당 71.14달러로 마감했다.

전일보다는 1달러가량 상승했지만 이전 고점(78.71달러, 지난 7월14일)에 비해서는 8% 정도 낮은 수준이다.

유가 하락을 점치는 분석가들은 빡빡한 원유 수급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수준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빠듯한 수급,지정학적 불안 등을 이용한 투기세력들이 원유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유가를 균형점 이상으로 급등시켰다고 주장한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벤 델은 현재 상품시장에 유입된 1000억∼1200억달러 중 400억달러 정도는 원유매매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기 프리미엄'이 배럴당 최소 10달러 정도는 얹혀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따라서 이스라엘-레바논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해소 기미를 보이면서 투기성 자금이 시장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고 원유시장도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래리 골드스타인 페트롤리엄리서치 대표)는 것이다.

휴가철이 끝나면서 휘발유 소비가 줄어들고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BNP파리바의 에이온 캘러갠은 "유가 하락 요인들이 많다"며 "휴가철에도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만큼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석가 델은 내년 초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상승한다" 반론도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의 핵심 근거는 무엇보다 빡빡한 원유수급이다.

전 세계 원유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생산 능력은 하루 150만배럴에 불과하다.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들의 정유시설이 부족한 것도 유가 하락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산유국들이 추가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소비국의 정유시설이 확충되기 전까지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에드워드 모스 리먼브러더스 수석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유시장에 유입된 기관투자가 및 헤지펀드 자금의 흐름이 유가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져 이들 자금이 원유시장을 이탈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황이 반대로 전개될 경우 2007년 4분기에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필립 베르레게 PK베르레게LLC 대표)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움직임은 세계경기,지정학적 불안,산유국 공급여력 확충,투기자금 등의 복합적 요인들이 어우러져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