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분야 협상이 21∼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미국측이 한국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방식을 수용함에 따라 다음 달 6일 3차 협상(시애틀)에 앞서 세부시행 방안에 대한 협의를 위해 따로 갖는 협상이다.

한국측에선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 FTA 국장이,미국은 애로우 오즈럿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가 각각 협상단을 이끈다.

미측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수용 대가로 △건강보험 의약품 등재 및 약값 결정 과정에서의 미 업계 참여 보장 △의약품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선별등재 시행과정에서의 양보를 강하게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약값 결정에 미 참여 가능할까

미국은 투명성 확보를 빌미로 약값 결정 및 약 등재 과정에 미 업계의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약의 등재 및 약값을 결정하게 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패널로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또 약이 등재되지 않거나 약값이 낮게 결정될 경우 불복할 수 있도록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도 설치해 달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04년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도 호주의 의약품급여제도(PBS)와 관련,실체는 인정하되 △약가 결정시 제약회사의 의견제출기회 보장 △약가 결정의 근거 제시 △의약품 미등재 판정에 대한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 마련 등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보건 관련 시민단체는 미 업계가 약값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경우 약제비 절감을 목표로 하는 선별등재방식이 빈 껍데기만 남게 되는 만큼 양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지식재산권 강화될 듯

미국은 의약품 지식재산권과 관련, △특허심사 지연 기간만큼 특허기간 연장 △복제약 허가 과정에서 특허 제약사의 임상자료를 인용하지 못하도록 자료독점권 강화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등도 요구하고 있다.

보통 신약의 특허권 보호기간은 20년.그러나 미측은 특허출원 뒤 등록까지 3년 이상 걸릴 경우 그 기간만큼 특허를 늘려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도 특허와 관련,'비합리적인' 지연을 보상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다만 한국은 특허심사 기간이 짧아(22개월) 이 제도가 도입돼도 특허연장 효과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약과 일부 성분이 다른 '개량 신약'을 만드는 제약사가 신약 제조사의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자료독점권을 요구하고 있다.

자료독점권이 강화되면 개량 신약을 만든 제약사도 자체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미국은 또 의약품 허가와 특허를 연계,신약 특허기간엔 복제약이 허가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식약청은 복제약 허가신청이 들어오면 특허와 관계없이 약효와 안전성 등을 따져 허가해 준다.

한 의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약가정책 투명성 제고 요구는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큰 만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임도원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