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업체인 태림산업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001년 원·달러 환율 1200원대에 미국 유럽 멕시코 등으로 자동차부품을 수출키로 장기 계약을 맺었지만 현재 환율이 96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신규 주문을 더 늘려 수익성을 확보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원자재 구입비 등 제품을 생산할 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

외상 수출 자금을 회수하려면 6∼7개월이나 걸린다.

해결책은 없을까.

기계공제조합은 태림산업과 같은 기계·설비 생산업체가 외상이나 할부로 판매해 발생한 매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15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유동화' 사업을 다음 달부터 국민은행과 함께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매출채권 유동화 사업은 기계·설비 생산자가 구매자에게 신용(외상)으로 판매할 때 발생되는 매출채권을 기계공제조합이 평가하고,담보로 인정한 한도 내에서 대출보증서를 발급하면 국민은행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생산자에게 대출해 주는 신 개념 금융이다.

산업자원부가 기계산업의 경쟁력 혁신을 위한 금융공급 확충 방안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기계공제조합 내에는 기계·설비 매출채권 공동관리 협의체를 만들고 국민은행은 매출채권 관리실적을 평가해 우대금리를 적용,현금화해 준다.

기계공제조합과 국민은행 간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신용도에 따라 일반 담보대출 금리보다 연 1.63%P까지 우대해 연 5.27∼6.23%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번 사업의 첫 수혜기업인 태림산업 관계자는 "매출채권 유동화 덕분에 매출채권의 조기 현금화가 가능해져 그만큼 생산자금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며 "게다가 신규 주문을 모두 소화해 올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22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 유동화 사업은 다른 기계·설비 생산업체들에도 '단비'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현금 구매보다는 외상이나 할부가 많아 기계·설비 생산업체들의 신용판매 채권액이 자산대비 22.86%,매출액 대비 19.5%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조업 평균(매출액 대비 7.15%) 보다 2.7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박양우 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기계산업은 어느 업종보다 매출채권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어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며 "신용관리 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켜 어느 업종보다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매출유동화 사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