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16일 LG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금융지주가 공식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LG카드 인수전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금융권의 인수·합병(M&A)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향후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이란 초대형 매물이 M&A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대어의 향방에 따라선 금융권이 완전히 새로운 판도로 재편될 수 있다.

LG카드 인수전이 '바람'급이었다면 두 매물의 향방은 '핵폭풍급'이란 지적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은 78%.무려 12조원(주당 1만9000원 기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리금융의 매각기한은 2007년 3월 말로 예정돼 있으며 필요할 경우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2008년 3월까지는 민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올해 중 최대 10% 지분을 블록세일이나 공모방식으로 매각하기로 의결한 상태다.

외환은행에 이어 LG카드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은 자체 성장에 주력하면서 우리금융에 대해 인수 검토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또 현재 지주사 구성을 감안할 때 보험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우리금융이 하나금융보다 총자산면에서 40조원가량 크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하나금융 인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외국인 지분율(약 80%)이 높아 외국 금융회사의 M&A 타깃이 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먹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기업은행도 다른 은행들이 군침을 흘리는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재정경제부는 민영화 차원에서 보유 중인 기업은행 지분 51.0% 가운데 15.7%를 연내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시장에 나올 물량 가운데 상당수를 인수할 경우 앞으로 2∼3년 이내에 본격화될 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은행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LG카드 인수에 실패한 농협과 하나금융 등이 기업은행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

농협 관계자는 실제로 "옛 농업은행과 농협 통합과정에서 중소기업 부문이 떨어져 나와 설립된 기업은행은 농협과 '한뿌리'라고 할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기업은행 지분인수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을 묶는 '국유민영화' 시나리오도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을 합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대주주로 남아 있되 경영은 민간에 맡겨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두 은행을 합칠 경우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자산규모 287조원의 대형 은행이 탄생, 소매금융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금융산업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현재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을 인수할 만한 주체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상위 2~3개 대형은행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 M&A 전쟁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투' 양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송종현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