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 경기가 냉각되고 있는 데 이어 월마트 홈디포 등 대표적인 소매업체의 실적도 좋지 않다.

소비가 경제 성장 중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경제 구조에서 소매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15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순이익이 20억8000만달러로 작년 동기(28억1000만달러)에 비해 2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마트의 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1996년 4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엔 독일의 85개 점포를 철수시키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물론 컸다.

그러나 리 스캇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점포의 판매 실적에 실망했다"고 말해 미국 내 영업이 기대보다 신통치 않음을 인정했다.

미국 최대의 주택관련 용품 판매업체인 홈디포는 이날 2분기 순이익이 18억6000만달러로 5.3%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 연간 순이익은 경제환경 악화와 재투자 프로그램에 따라 당초 예상 범위의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판매 업체들이 미국 내 판매 부진을 예상한 셈이다.

다른 소매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의류업체인 갭(GAP)은 최근 13개월 중 12개월의 판매 실적이 감소했다.

게다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벅셔해서웨이가 2분기 중 갭의 주식 1000만주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뭔가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는 증거다.

물론 소매업체들의 판매부진 예상만으로 소비 둔화가 본격화됐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지난 7월 소매 판매의 경우 1.4%나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매업체들이 판매 부진을 예상하는 이유를 보면 단순한 엄살만은 아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유가 상승과 주택경기 침체로 고객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고공 행진 중이다.

주택 경기 냉각도 가속되고 있다.

이날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8월 주택시장 지수'는 32로 1991년 2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지수가 50을 밑돌면 그만큼 주택경기 불황이 심해지리라 예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고 있다는 점.지난 7월 생산자 물가는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0.3% 하락했다.

7월 근원 소비자물가도 예상치(0.3%)를 밑도는 0.2% 상승에 그쳤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0.3% 상승하다 지난달에 오름폭이 작아졌다.

이에 따라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덜게 됐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졌다.

이에 힘입어 이날 뉴욕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증시도 결국 경기와 비례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속도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