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펀드에 가입하라.' 펀드 가이드북에 흔히 등장하는 펀드 투자 요령 중 하나다.

펀드 규모가 작거나 자금 유입이 정체돼 있으면 아무래도 해당 운용사나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하기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운용사로서는 자금이 몰리는 인기 펀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느낀다.

그렇다면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펀드가 수익률도 좋을까.

답은 '글쎄올시다'에 가깝다.

수익률은 썩 좋지 않아도 판매망을 잘 갖춘 펀드는 설정액이 쑥쑥 올라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 반대 사례도 많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상품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펀드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또 운용사별로 투자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 자신의 투자 성향과 어울리는 운용사를 선택할 것을 권했다.

한국펀드평가가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운용사별로 주식형 펀드 자금 증가 규모와 운용사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자금 증가와 수익률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주식형 펀드 자금 증가 상위 10개사 중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순위에서도 10위 안에 든 운용사는 3개에 불과했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로 3조5058억원을 모아 증가 순위 1위를 기록한 미래에셋투신운용은 평균 수익률로는 30위에 그쳤다.

증가액 9741억원으로 3위에 오른 KB자산운용도 수익률 순위에서는 37위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반면 슈로더 한국 대한 등은 설정액과 수익률 모두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슈로더운용은 증가액 4위,수익률 5위에 나란히 올랐고 한국운용은 증가액과 수익률 순위에서 각각 7위와 3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망을 많이 확보한 운용사의 펀드는 수익률이 조금 부진해도 자금 유입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펀드평가사의 분석자료를 참고하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있는 펀드를 골라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별로 대형주와 중소형주,성장주와 가치주 등 선호하는 주식이 조금씩 다르다.

운용사의 투자 스타일을 꼼꼼히 살피면 자신의 투자 목적에 가까운 펀드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펀드평가가 5월 말 기준으로 41개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 중 패시브형을 제외한 액티브형 펀드 249개의 보유 종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23개사는 대형주에 집중 투자했다.

KB자산운용은 대형주 비중이 90.3%에 달했고 삼성(88.3%) 미래에셋자산(88.0%) SH(87.2%) 등도 액티브 펀드 자산의 80% 이상을 대형주로 채웠다.

반면 유리자산운용과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은 중·소형주 비중이 각각 72.4%와 65.4%로 높게 나와 대조를 이뤘다.

보유 종목을 성장주와 가치주로 구분하면 세이에셋코리아는 대형 가치주 29.8%,중·소형 가치주 61.8% 등 가치주 비중이 91.6%로 가장 높았다.

신영투신운용도 가치주 비중이 88.3%에 달해 가치주 스타일 운용사로 분류됐다.

패시브형 펀드는 인덱스 펀드처럼 주가지수 상승분만큼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액티브 펀드는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막연하게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지 말고 반드시 운용사와 펀드의 운용 스타일을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며 "배당주 가치주 등 특정 유형의 펀드에만 집중 투자하면 증시 상황이 변할 때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커 대형주 중·소형주 가치주 성장주 등으로 균형있게 분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또 "단기간에 운용 스타일이 바뀌는 운용사의 경우 단기 수익률에 치중하거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