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를 고부가가치 가솔린으로 바꿀 때 촉매제로 쓰는 제올라이트(비석) 효율을 기존보다 최대 6배까지 높이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국내에서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6일 화학과 유룡 교수팀이 석유화학산업의 주 촉매제인 제올라이트의 촉매 활성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원천기술을 개발,국내외에 특허 출원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7일자 네이처 머티어리얼스 온라인판에 올려졌으며 앞으로 나올 이 잡지의 커버스토리와 '뉴스 앤드 뷰스'의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별도로 다뤄질 예정이다.

제올라이트는 실리카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결정성 광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촉매 물질이다. 가솔린 생산 등 석유화학 공정뿐 아니라 탈취와 공기정화기,친환경 세제,담배필터,컴퓨터 중앙연산장치(CPU) 냉각제,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흡착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제올라이트 결정에는 분자들이 드나들며 촉매작용을 일으키는 '나노세공'으로 불리는 미세한 구멍이 규칙적으로 뚫려 있다. 이 구멍은 지름이 0.3∼1.5nm(나노미터·1nm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할 만큼 작아 분자의 왕래 속도가 느리고 이에 따라 촉매 활성이 높지 못하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유 교수팀은 화학적인 분자설계를 통해 디자인한 새로운 계면활성제를 제올라이트 합성 시 첨가했다. 이 결과 기존의 작은 나노세공과 함께 훨씬 더 큰 나노세공을 추가로 발생시켰다. 새로 형성된 구멍은 지름이 2∼20nm로 기존보다 10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유 교수는 큰 구멍과 작은 구멍이 함께 존재하는 신 제올라이트를 유화공정 등에 적용한 결과 촉매 반응이 기존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향상되고 안정성도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크고 작은 나노세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분자 왕래가 훨씬 수월해 졌다는 것이 유 교수의 분석이다.

유 교수는 "신 제올라이트는 경제적 가치가 낮은 중유(연료유)를 분해해 가솔린으로 만드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공정이나 폐플라스틱 분해 공정과 같은 미래 환경산업 공정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업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신 제올라이트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독특한 구조이고 여러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며 "상용화하면 석유화학의 제조설비를 줄일 수 있는 등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