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 8개월을 넘어섰다.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 적립금액과 가입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계약 건수는 1만314건을 기록했다.

1인당 1건으로 집계되는 개인퇴직계좌(IRA) 241건을 제외하더라도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 수는 이미 1만개를 넘어섰다.

올 들어 증시가 조정장세에 들어간 탓에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그리 신통치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운용기간이 장기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운용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퇴직연금 계약 1만건 돌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으로 적립된 금액은 총 1458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1058억원)보다 37.8% 늘어나 증가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계약체결 건수는 5월 말 7993건에서 6월 말에는 1만314건으로 늘었다.

판매 채널별로는 은행이 992억원의 실적을 올려 68.1%를 차지했고 보험이 305억원(20.9%),증권은 160억원(11.0%)을 각각 기록했다.

연금 종류별로는 확정기여(DC)형이 661억원으로 45.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확정급여(DB)형 540억원(37.1%),개인퇴직계좌 256억원(17.6%) 순이었다.

특히 연금 종류 비율이 판매 채널에 따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증권사의 경우 적립금 중 82.3%가 DC형에 몰린 반면 보험권은 64.8%의 적립금이 DB형으로 분류됐다.

증권사 가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DC형을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시행이 9개월째 접어들지만 아직 운용은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처를 보면 6월 말 기준으로 전체의 68.9%(1004억원)가 예·적금과 금리형 보험상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차지했다.

퇴직연금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은 적립금의 17.3%인 268억원에 그치고 있다.

펀드 수익률은 아직 미흡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퇴직연금 펀드 수는 141개로 집계됐다.

이중 설정액이 1억원 이상인 펀드는 56개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펀드당 평균 설정액은 1억9000만원에 그쳤다.

상반기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펀드 규모도 작아 운용성과는 부진하다.

설정액 1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주식투자 비중이 70% 이상인 성장형의 경우 최근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지난 1일 현재 -7.70%를 기록했다.

주식비중이 40% 미만인 안정형도 평균 -0.87%로 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채권형은 2.38%로 비교적 선전했다.

펀드별로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로는 'SH탑스라이프퇴직연금채권자1'(4.47%) '삼성퇴직연금인덱스24채권자1'(3.43%) 'SG연금플랜채권자'(3.07%) 등의 채권형이 상위권에 올랐다.

안정형 중에서는 '대신DC대표주혼합자B-1'은 3.25%의 누적 수익률로 가장 성과가 좋았고,KB퇴직연금채권혼합형(자)의 경우 -2.51%에 그쳤다.

설정액 규모로는 '미래에셋퇴직플랜안정형40자1'이 24억1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PCA퇴직연금인컴40채권혼합자A-1'(20억원) 'KB퇴직연금채권혼합형자'(16억1000만원) '마이다스퇴직연금배당40혼합자1'(10억30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겼다.

운용사 관계자는 "아직은 펀드 규모가 작은 탓에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 수익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대형 공기업들이 하반기 중 퇴직연금을 도입할 계획이며 향후 펀드 금액이 커지면 운용성과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퇴직연금 영업과 관련한 애로점을 파악했다"며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